도심 한복판 ‘비밀의 숲’ 열렸다... 물향기수목원서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무더기 발견’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2026 산림과학 학술대회서 야생조류 50종 실태 대공개

새매부터 소쩍새까지... 1,770마리 깃털 친구들이 선택한 ‘도심 속 최후의 안식처’

단순 휴식처 넘어 생태계 핵심 기지로... 숲체험 프로그램 및 보전 전략 수립 박차

[에버핏뉴스] 물향기수목원에 서식하는 꾀꼬리 사진=경기도청 

 

콘크리트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기적 같은 생태 지도가 펼쳐졌다. 경기도의 대표적 녹색 쉼터인 ‘물향기수목원’이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수많은 희귀 야생조류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지난 10일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2026년 산림과학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해, 도심 속 수목원의 생물 다양성 가치를 재조명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도심 속 수목원에서의 계절별 야생조류 다양성’에 관한 조사 보고서다.

 

1년간의 끈질긴 추적... 50종 1,770개체의 ‘생명 대이동’ 확인


연구소 측은 지난 2025년 2월부터 12월까지 약 1년여에 걸쳐 물향기수목원 내에 서식하거나 거쳐 가는 야생조류의 실태를 정밀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총 27과 50종에 달하는 1,770개체의 야생조류가 이곳을 안식처로 삼고 있음이 확인됐다.

 

계절별로 살펴보면 수목원의 생태적 역동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동과 번식이 활발한 춘계(4월)에는 밀화부리와 되새, 개똥지빠귀 등 17과 26종 269개체가 관찰됐다. 이어지는 추계 이동 및 월동 준비기인 10월에는 직박구리와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이 주를 이루며 15과 27종 282개체로 늘어났고, 본격적인 초겨울인 11월에는 17과 29종 288개체로 연중 가장 높은 종 다양성을 기록했다.

 

반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하절기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와 흰뺨검둥오리 등 10과 12종 51개체가 확인되어, 계절적 요인에 따라 조류의 분포와 개체 수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에버핏뉴스] 물향기수목원에 서식하는 오색딱다구리 사진=경기도청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세이프 존’(Safe Zone)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받는 희귀종들의 출현이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인 새매, 소쩍새, 황조롱이가 수목원 숲을 누비고 있었으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말똥가리까지 포착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가 별도로 지정해 보호 중인 경기도보호 야생생물 밀화부리와 후투티 역시 물향기수목원을 주요 서식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향기수목원이 파편화된 도심 생태계에서 야생동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생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단순 관람 넘어 생태 교육의 메카로"... 미래 전략 수립


정택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물향기수목원이 도심 속에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서식지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데이터를 기반으로 야생조류 안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고품격 숲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야생조류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수목원이 가진 공익적 가치와 생태적 역할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에버핏뉴스] 숲체험 야생조류관찰 사진=경기도청 

 

90년 역사의 숨결,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


오산시에 위치한 경기도물향기수목원은 1937년 경기도 임업시험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2006년 현재의 테마로 개원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연간 약 35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경기도의 대표 명소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물향기수목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를 넘어, 사라져가는 야생의 생명을 품어 안는 ‘도심 속 생태계의 보루’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됐다.

 

물향기수목원은 이제 단순한 ‘정원’이 아닌, 야생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과학적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심형 수목원 모델로서 그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작성 2026.02.22 11:07 수정 2026.02.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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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