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송금이 일상이 된 시대다. 유학비, 무역 대금, 해외 투자 자금 등 국경을 넘는 돈의 흐름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글로벌 금융 환경 속에서 여전히 음지에서 작동하는 비공식 자금 이동 방식이 있다. 이른바 ‘환치기’다.
환치기는 정식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설 중개인을 통해 해외로 자금을 보내거나 국내로 들여오는 불법 외환거래 방식을 뜻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돈을 대신 전달해주는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외환 관리 체계를 우회하는 행위로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국내에서 돈을 보내려는 사람이 환치기 업자에게 원화를 건네면, 업자는 해외 협력자를 통해 현지 통화로 수취인에게 지급한다. 물리적으로 현금이 국경을 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해외 송금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거래 기록은 공식 금융망에 남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탈세와 자금세탁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으며, 불법 도박 자금이나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 마약 거래 대금 등 범죄 자금의 이동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 실제로 관세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대규모 환치기 조직을 적발해 수천억 원대 불법 외환 거래를 차단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합법적인 해외 송금은 은행이나 공인된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며, 자금 출처와 용도가 일정 범위 내에서 확인된다. 반면 환치기는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허위로 꾸미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은폐한다. 그 결과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환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건전한 무역 질서를 왜곡하며,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수수료가 저렴하다”거나 “절차가 간편하다”는 이유로 환치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과태료와 벌금, 자금 몰수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단기적 비용 절감이 장기적 법적 위험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확대될수록 외환 거래의 투명성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지적한다. 돈은 개인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국가 금융 질서의 일부이기도 하다. 합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단순한 규정 준수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환치기는 빠르고 은밀할 수 있지만, 그 그림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경을 넘는 자금일수록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성’이다. 글로벌 시대의 금융 시민의식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