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어오는 AI(인공지능)의 바람이 거셉니다. AI가 매물을 추천하고, 적정 시세를 분석하며, 심지어 계약서 초안까지 자동으로 작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전문가 없이도 안전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 전문가의 '검증'과 '조율'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는 수만 건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여 권리관계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거나 복잡한 세액을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는 단순한 데이터의 합이 아닙니다. AI는 업로드된 서류상의 진위는 판별할 수 있어도, 거래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意思)나 강압에 의한 계약 여부 등 현장의 '휴먼 팩터'를 완전히 읽어낼 수 없습니다. 매매, 신탁, 상속, 증여, 가등기 등이 얽힌 복잡한 특수 물건 거래에서 AI는 '표준적 해답'을 내놓지만, 전문가는 의뢰인의 생애 주기와 자산 구조를 고려한 '최적의 전략'을 설계합니다.
일례로 과거 법무사의 핵심 역할이 등기 서류의 정확한 작성이었다면, AI 시대의 법무사는 법률 리스크 매니저로 진화해야 합니다. AI가 도출한 권리분석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기술적 오류나 법률적 예외 상황을 걸러내는 최종 승인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AI 툴을 활용해 의뢰인에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취득세·양도세 등 세무 리스크와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주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비대면 전자계약과 블록체인 등기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허점과 법적 공백을 메우는 '신뢰의 가디언'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전문가 업계는 AI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단순 반복적인 등기 업무는 AI에게 맡겨 효율성을 높이되, 확보된 시간은 의뢰인과의 깊이 있는 상담과 복합 법률 솔루션 개발에 쏟아야 합니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넘길 때 인간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따뜻한 공감과 책임감을 갖춘 인간 전문가의 몫입니다. AI라는 날개를 단 전문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더욱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보호하는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조재현 법무사·행정사
AI부동산경제신문ㅣ자문위원
호재합동법무사사무소 대표 법무사, 행정사
법원 공무원 20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