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4
겨울 강변
말이 없는 물
흔들리다 낮아진다.
얼음의 가장자리
갈대는
바람을 빌려 선다.
눈(雪)은
둔치에만 머문다.
마른풀
서로를 긁는다.
소리만 남아
우리는
숨을 나눈다.
흰 입김
강 위로 사라진다.
<해설>
겨울 강변의 적막을 최소한의 언어로 포착한다. 소리가 사라진 공간에서 물은 “낮아지고”, 갈대는 스스로 서지 못한 채 바람을 “빌려” 존재한다. 눈이 강 위가 아닌 둔치에만 머문다는 설정은 정지와 경계를 강조하며, 마른풀의 긁히는 소리는 침묵 속에 남은 유일한 감각으로 제시된다. 그 속에서 화자와 ‘우리’는 말 대신 숨을 나누고, 마지막에 흰 입김이 강 위로 사라지며 인간의 존재 또한 풍경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짐을 암시한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겨울의 고요를 통해 존재의 덧없음과 조용한 연대를 그린다.
<감상>
겨울 강가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말이 사라진 풍경 속에서 들리는 것은 물의 낮아짐, 마른풀의 마찰 같은 아주 작은 기척뿐이다. 갈대가 바람을 빌려서 있고, 숨을 나누는 ‘우리’가 등장하는 순간, 이 고요는 외로움이 아니라 조용한 동행처럼 느껴진다. 흰 입김이 강 위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따뜻함조차 머물지 못하는 계절의 냉기를 전하며, 동시에 그 찰나가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게 한다. 말 없는 풍경이 오히려 마음을 깊게 건드린다.
□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