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녹조경 박건준 대표 “정원은 삶을 가꾸는 예술이다”

‘자연의 질서를 재배치하는 예술가, 박건준 대표가 말하는 ‘정원 철학’’

박건준 대표


[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초고속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오늘날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자연’을 갈구한다.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화분부터 도시 외곽의 대형 카페 정원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원’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이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심미적 유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진정한 정원이란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생명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며 서로를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진녹조경 박건준 대표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정원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보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유기체’로 대한다. 박 대표는 “정원은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 전시장이 아니라,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생명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나무가 행복하지 않은 정원에서 인간이 진정한 위로를 얻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정원문화의 가치. ‘소유’에서 ‘공존’으로


박건준 대표는 정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정원이 크고 화려한 나무들을 수집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정원은 ‘나를 찾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 “정원은 단순히 보기 좋은 풍경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과정이다.”라는 박 대표는 진정한 정원문화의 정착은 식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하고 낮은 강도로 지속적으로 보살필 때 시작된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이른바 ‘인스타 감성’의 화려한 정원들이 나무의 생리적 특성을 무시한 채 조성되는 현실에도 우려를 표했다. 박 대표는 "생육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채 심어진 나무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일지 모르지만 천천히 숨이 막혀가는 '전시용 박제'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나무는 땅 위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땅속에 뿌리를 둔 생명이다. 진정한 정원의 가치는 사진 한 장의 시각적 유희보다는 나무가 깊게 숨 쉬고 물이 길을 따라 흐르는 보이지 않는 곳의 건강함에서 완성된다."고 전했다.



조경수·조경석 하나에도 혼을 담다, 타협 없는 ‘장인의 손길’


박건준 대표의 현장에는 타협이 없다. 조경수 한 그루, 조경석 하나도 허투루 배치하는 법이 없다. 그는 설계도면상의 수치보다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자연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균형과 조화’를 더 중시한다. 나무를 심을 때는 수종의 특성에 맞춰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각도를 계산하고, 조경석을 놓을 때는 마치 수만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현장에서 나무의 수형이 특정 방향으로 굽어 있다면 그는 주저 없이 식재 위치를 조정한다. 나무가 자라나며 옆 나무와 부딪히지는 않을지, 가지의 뻗음이 창가를 가리지는 않을지 머릿속으로 ‘미래의 정원’을 그려보기 때문이다. 조경석을 다루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돌의 ‘결’과 ‘얼굴’을 살펴 가장 안정감 있는 자리를 찾아내는 과정은 고도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 박 대표는 “조경석 하나를 놓더라도 그것이 주변 수목의 뿌리 생장을 방해하지 않는지, 물길을 막지는 않는지 수십 번을 살핀다. 조경은 단순히 선을 긋고 돌을 쌓는 작업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아름답게 재배치하는 고도의 정밀 작업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그의 고집 덕분에 진녹조경이 손을 댄 정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한다. 정적이고 획일적인 화려함은 금세 질리기 마련이지만, 박 대표가 정밀하게 계산해 배치한 수목과 석재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 어우러지며 깊은 풍미를 만들어낸다. 이는 갓 조성된 정원보다 10년 뒤의 정원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는 그의 우직함이 투영된 결과다. 박 대표는 “나무는 서두른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며, 정원을 통해 자연의 속도에 맞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정원문화를 위한 제언


우리나라 정원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박 대표는 ‘전문가 양성’과 ‘시민 의식’의 조화를 꼽았다. 박 대표는 “누구나 정원을 가꿀 수는 있지만, 누구나 건강한 정원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식물의 병해충을 진단하고 전정의 시기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조경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시민들도 정원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함께 가꾸고 보존해야 할 공공의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박 대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마을 정원’ 사업이나 ‘공동체 정원’ 프로젝트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담장을 허물고 정원을 공유함으로써 이웃 간의 단절을 해결하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 정원으로 만드는 것이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정원은 어제의 나를 위로하고 내일의 희망을 심는 곳


박건준 대표의 시선은 이제 개별 정원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로 향하고 있다. 그는 정원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이고 종합생태적 복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삭막한 도시 곳곳에 작은 숲이 생기고, 이웃이 함께 정원을 가꾸며 소통하는 ‘공동체 정원’의 활성화가 그가 꿈꾸는 조경의 완성이다. “정원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다. 오늘 나무 한 그루의 이름을 불러주고, 마른 흙에 물 한 바가지를 건네는 그 다정한 행위 자체가 이미 정원이다. 당신의 삶에도 초록빛 위로가 스며들기를 바란다.”는 박건준 대표. 그와 진녹조경이 일궈가는 이 고집스러운 초록빛 물결이,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정원의 나라’로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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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2.23 20:37 수정 2026.02.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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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