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공백을 메우는 힘: 서비스의 태도

CS_AI가 대체할 수 없는 이 감정의 빈틈

심리적 동행으로서의 CS

 2007년 초, 두바이 베이스의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당시 태국은 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공항의 시설 결함으로 인해 공항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 여파로 제가 근무해야 할 두바이행 비행기의 출발지는 갑작스레 방콕 수완나품 공항이 아닌, 파타야 인근의 우타파오 공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방콕 발 두바이행 노선은 대개 자정 무렵 출발해 이튿날 새벽에 도착하는 밤샘 비행 스케줄입니다. 수차례 변경된 지연 소식을 안내받느라 비행 전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버스로 세 시간 남짓을 이동해야 했습니다. 좁은 좌석에 몸을 실은 채 무더위와 싸우며 공항에 도착했을 때, 유니폼은 이미 땀에 젖었고 몸은 천근 만근이었습니다. 비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우타파오 공항 게이트에서 마주한 승객들의 눈빛은 서늘했습니다. 무더위와 기다림, 피로에 잠식당한 승객의 표정을 보며 오늘 비행이 결코 수월하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 역시 승객들만큼 지쳐 있었기에, 인간적인 피로감을 호소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나의 피로'를 넣어두고 '승무원의 태도'를 꺼내 들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도 사람이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돌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고객의 불안을 태도로써 상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_AI 생성 이미지

 

 바쁘게 지상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승무원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승객들을 모시게 되어 다행이라는 기쁜 얼굴로 손님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었습니다. "정말 많이 기다리셨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심을 담아 건넨 이 한마디에 날 서 있던 승객들의 표정이 눈 녹듯 누그러졌습니다. 심지어 "유니폼까지 갖춰 입은 너희가 더 힘들겠다"며 오히려 승무원을 위로해 주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돌발 상황에서 고객은 완벽한 해결책을 듣기 전, 서비스 제공자의 태도를 통해 심리적 안전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제공자가 단순히 매뉴얼대로 응대하는지, 아니면 이 혼란 속에서 진심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조력자인지 고객은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진정한 프로는 요동치는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고객의 불안을 잠재울 평정심과 공감을 먼저 꺼내 놓아야 한다.

결국 CS는 문제의 정답을 찾아주는 기술적 과정이 아닙니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고객이 존중받고 있으며, 결코 방치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유지하게 만드는 '심리적 동행'이지요.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을 때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은 화려한 보상 체계가 아니라, 현장을 지키는 사람의 온도입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이 감정의 빈틈을 채우는 일을 한다는 것에 깊은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2007년 그 무더웠던 파타야 공항에서 배운 강력한 CS해결책은, 결국 고객을 존중하는 진심 어린 동행이었습니다.

 

 

필자 소개

필자는 Blue Indigo교육디자인 대표로서 서비스교육, CS, 이미지메이킹 전문강사이자, 배움을 넘어 빛나는 성장을 만드는 교육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중동항공사와 국내항공사 부사무장, 객실 훈련팀 교관 및 서비스 강사를 역임한 필자는 고객 서비스(CS)를 단순한 친절이나 기술적 스킬로 보는 관점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와 철학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작성 2026.02.23 23:53 수정 2026.02.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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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