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트? 그저 툴일 뿐." 최근 창작 생태계에 번진 피로감이다. 인공지능이 무한히 이미지를 찍어내며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췄지만, 동시에 예술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그러나 2월 21일 중앙대학교가 개최한 미디어아트 전시 '인공지능이 그리는 콘텐츠의 미래' 현장은 달랐다. 이곳의 청년 창작자들은 AI를 단순한 붓이 아닌 '공동 창작자'로 삼아 데이터의 시각화라는 새로운 협업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BK21 인공지능-콘텐츠 미래산업 교육연구단 주관으로, 미래매체연구실과 디지털예술공학응용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의 융합 연구 성과를 모았다. 박경희 작가의 <미각의 시각화>는 형체가 없는 '맛'이라는 감각을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한 뒤 다시 시각적 이미지로 치환하는 실험을 보여준다. 이나임 작가의 <Data Stratification #01>은 인간의 신체 데이터 흔적을 회화의 층위로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이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감각을 빚어낼 것인가'라는 시스템 설계 과정을 예술로 격상시킨 사례다.
전통과 데이터, 그리고 알고리즘의 융합
AI는 기존의 질서를 재해석하는 강력한 매개체로도 활약한다. 근일낙 작가의 <Rhapsody in Red and Blue>는 현대적인 K팝 댄스와 전통 고전 무용을 수묵화풍의 영상으로 매끄럽게 변환했다. 또한 심민서 작가의 <괴물 알고리즘의 수행>은 사회적 충동 데이터를 탐구하며, 김다슬 작가의 <Synthetic Clouds>는 관람객의 질문을 가상의 구름으로 피워낸다. 관람객이 버추얼 아이돌과 실시간으로 노래와 가사를 공동 창작하는 이예원 작가의 <DERURU> 역시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교감의 현장을 여실히 증명한다.
3040 크리에이터들이 주목해야 할 시사점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여는 새로운 감각과 문화의 지평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중앙대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명확한 화두를 던진다. 명령어(프롬프트) 몇 줄로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데이터 큐레이션과 알고리즘 기획으로 독보적인 '프로토콜'을 구축할 것인가. 기술의 홍수 속에서 예술가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는 창작자라면, 2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 치열한 실험의 장(서울 동작구 김영삼도서관)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시 관람 안내]
▪️ 미디어아트 전시 《인공지능이 그리는 콘텐츠의 미래》
▪️ 전시 기간: 2026년 2월 21일(토) ~ 2월 26일(목)
▪️ 관람료: 전석 무료 (별도 사전 예약 없이 자유 관람 가능)
▪️ 전시 장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김영삼도서관 지하 3층 대강당
▪️ 주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BK21 인공지능-콘텐츠 미래산업 교육연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