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의 무대를 달구던 DJ가 왕실로부터 기사에 해당하는 훈장을 받았다면 믿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세계적인 전자음악 아티스트 Tiësto(티에스토)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국가 공로를 인정받아 Order of Orange-Nassau(오렌지 나사우 훈장)을 수훈했다. 이 훈장은 네덜란드 왕실이 문화·예술·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대표적인 기사단 훈장이다.
티에스토는 1990년대 후반부터 트랜스와 EDM 장르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린 상징적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DJ로서 단독 공연을 펼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올림픽 역사상 DJ가 공식 개막식 무대에 선 첫 사례였다. 이후 그는 그래미 어워드 수상과 수차례 후보 지명, 세계 최대 전자음악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활동 등을 통해 네덜란드 음악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네덜란드 왕실이 수여하는 오렌지 나사우 훈장은 단순한 명예상이 아니다. 이는 국가 발전에 실질적 기여를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전통적 기사단 체계의 훈장으로, 영국처럼 ‘Sir’라는 호칭이 공식적으로 붙지는 않지만 사회적 의미는 이에 준한다.
군인이나 정치인뿐 아니라 예술가, 스포츠인, 학자 등 다양한 분야 인물에게 수여되며, 문화 산업 역시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DJ 강국이라는 사실이다. 인구 1,800만 명 남짓의 비교적 작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EDM 시장을 선도하는 다수의 DJ를 배출해왔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음악 산업 행사인 ‘암스테르담 댄스 이벤트’가 열리고, 전자음악은 단순한 유흥 문화가 아니라 국가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창작자를 전문 직업군으로 존중해온 결과다.
티에스토의 기사 훈장 수훈은 단순히 한 아티스트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선다. 이는 대중음악, 특히 전자음악이 국가 브랜드를 형성하는 문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왕실의 훈장이 군공이나 정치적 공로에 집중되었다면, 오늘날에는 문화 콘텐츠 역시 국가의 얼굴이 되고 있다.
클럽의 비트로 시작된 음악이 국가의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DJ가 기사 훈장을 받는 시대. 이는 문화의 힘이 곧 국가 경쟁력임을 증명하는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