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당신의 자녀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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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푸른 날. 9살과 7살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큰 아이는 새로 만난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어서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하네요. 그런데 둘째는 표정이 어둡습니다. 


화요일, 유치원 입학식이 있던 날입니다. 아내는 우리 아이가 바로 뒤에 앉은 아이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엔 반가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장난을 친다고 여겼는데,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졌다고 합니다. 


꼬집고, 귀에 대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아이의 옷이 젖을 정도로 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하지말라는 말만 한 두 번 할뿐, 적극적인 제지는 없었다고 하네요. 아내는 어찌나 화가 났던지 식이 끝나자마자 제게 전화를 걸어 풀리지 않는 감정을 쏟아냅니다. 


저녁이 되어도 아내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 장면을 직접 지켜본 엄마였으니, 오죽했을까요. 괜히 여기서 ‘맞는 말’만 늘어놓았다가는 그 화살이 제게로 향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그저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들어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저를 꼭 닮은 아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 좋을 아빠는 없겠죠. 그 아이와 그 부모, 그리고 비록 앞에 계셨던 선생님은 잘보이지 않았을 거라고는 하지만,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지 않은 선생님까지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글을 쓰며 한 발짝 물러서 봅니다. 조금 더 멀리, 넓게 아이의 인생을 떠올려 봅니다. 긴 삶 속에서 오늘의 이 일은 어쩌면 찰나 같은 순간이겠죠. 물론 지금은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이 경험 또한 아이의 삶을 단단해줄 것을 기대해봅니다.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으면 하는 ‘만남의 복’을 기원합니다. 올해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 봅니다. 반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롭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친구가 되어주길 바래본다는 걸요.


아이의 하루를 떠올려보다가 뉴스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엊그제 벌어진 공습과 오폭으로 인해 어느 여자 초등학교에 약 150여명의 어린이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곳의 부모들도 우리와 똑같이 아이의 '안녕한 시작'을 바랬겠지요. 내 아이의 작은 상처도 이리 속상한데, 전쟁으로 아이들의 일상이 산산이 부서진다는 게 얼마나 참담하게 다가오는지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스러져간 민간인들과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이 폭력이 속히 멈추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김진혁 칼럼니스트 기자 hyogy82@naver.com
작성 2026.03.04 23:05 수정 2026.03.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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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