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은 三流漢學者生活儒學의 줄임말로 김동택 선생님의 칼럼코너입니다. 김 선생님께서는 대학에서 중문학을 공부하고 태동고전연구소에서 사서삼경을 수학했습니다. 현재는 의약품 배달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삶의 현장과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생활 유학'을 지향하며,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성현의 지혜를 기록합니다. 스스로를 '삼류 한학자'라 부르지만, 그가 전하는 삶의 통찰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道不拾遺(도불습유)
어제는 유난히 분주했다.
시내 중심가의 강북 S병원에 납품이 있었는데, 주차장이 협소해 탑차를 길가에 세워 두고 카트에 물건을 실어 언덕을 올라야 했다. 복잡한 도로라 마음이 늘 급해진다. 물건을 전달하고 사인을 받은 뒤, 서류를 접수하려는 순간 선납 발주서와 명세서를 회사에 두고 온 사실이 떠올랐다. 다른 서류만 먼저 처리하고 병원을 나섰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알았다. 주머니와 차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신분증과 카드까지 함께 들어 있는 지갑형 케이스였다. 심장이 서늘해졌다. 다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가 걸어온 동선을 따라 뛰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분실물센터를 떠올렸다. 안내를 받아 다른 병동에 확인을 부탁했다.
“핸드폰 하나 접수됐습니다.”
그 한마디에 숨이 돌아왔다. 달려가 서류를 작성하고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누군가가 길에 떨어진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조용히 맡겨 둔 것이다. 그 얼굴은 알 수 없지만, 그 마음은 또렷했다.
얼마 전 TV에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고는 놀라워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겠지만, 어쩌면 이런 일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보이지 않는 힘인지도 모른다.
道不拾遺(도불습유)-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가지 않거나
길가에 과일이 열려도 따 가는 사람이 없는 대동세상.
그 말은 아마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제 할 일을 하는 마음.
조금 불편해도 옳은 쪽을 택하는 선택.
세상은 지금 누군가의 탐욕으로 전쟁의 불구덩이 속에 있다.
반면에 길 위의 작은 물건 하나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큰 말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이름 모를 한 사람의 손길이면,
세상은 다시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어제 나는 그 사실을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