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격화,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다
2026년 들어 이란과 미국 간의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는 가운데, 중동의 불안정성은 단순히 지역적 이슈가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정치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갈등은 에너지 수급에 막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국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대응이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습니다. 이란은 하마스를 비롯한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을 지원하는 주요 세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2026년 2월 말 이란의 핵 농축 활동이 다시 확대되면서 미국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대응했습니다. 이란은 2025년 기준 세계 5위권의 원유 생산국이며,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의 약 21%를 담당하는 핵심 수송로입니다. 이 지역에서의 긴장 고조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타임즈의 슈리 렌은 'Why the Iran war morphed into panic selling in Asia'라는 칼럼에서 "이란 관련 긴장은 아시아 시장에 즉각적인 혼란을 초래했으며, 이는 단순한 매도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북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은 곧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란 갈등의 장기화는 이들 국가의 제조업과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 이란 갈등이 초래할 에너지 대란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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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25년 기준 약 93%에 달하며, 원유 수입의 약 67%가 중동 지역에서 공급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1월 발표한 '2025년 에너지 수입 현황'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32%), 쿠웨이트(15%), UAE(12%), 이라크(8%) 순으로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LNG의 경우 카타르(28%)가 최대 공급국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차단되거나 크게 지연될 위험이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6년 2월 보고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한국의 경상수지는 연간 약 200억 달러 악화되고, 경제 성장률은 0.8~1.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히 연료비 부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 원가 상승, 소비자 물가 상승, 가계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2026년 상반기 유가는 배럴당 85~95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란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경우 단기간 내 12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실제로 2026년 3월 첫째 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2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2% 상승했고,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850원까지 올랐습니다.
알자지라 오피니언의 레오니드 라고진은 'How Russia could benefit from the US-Israeli war on Iran'에서 러시아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그는 "러시아는 이란 갈등을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이미 고립된 러시아는 이란과의 경제·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2025년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로, 이란의 석유 수출이 제한될 경우 그 공백을 메우며 에너지 시장에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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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의존 한국, 위기 속 대안은?
라고진은 또한 "러시아와 이란은 이미 2024년부터 에너지, 군사 기술, 드론 생산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심화해왔으며, 양국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금융 시스템 구축에도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서방의 제재가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러시아-이란 블록의 결속을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수입국들에게 이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기존의 공급망 구조가 재편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위험에만 노출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움직임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잠재력도 존재합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절약 정책을 가속화하여, 2025년 기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2%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독일은 2025년 전력 생산의 58%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고, 덴마크는 75%를 달성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26년 2월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안'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해상 풍력 설비 용량을 18GW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6~2030년 동안 총 4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이 재생에너지와 수소, 전기차 인프라에 신속하게 투자한다면, 중동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이 모두 낙관적으로만 평가될 수는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여전히 높은 초기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을 동반하며, 단기간 내에 한국의 에너지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 대비 여전히 15~30% 높으며, 간헐성 문제로 인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추가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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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진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여전히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전략비축유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가 더 실질적인 대응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는 2026년 2월 전략비축유를 9,600만 배럴에서 1억 500만 배럴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약 110일분의 소비량에 해당합니다. 수입선 다변화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1월 미국, 캐나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비중동 국가로부터의 원유 수입 비중을 2025년 33%에서 2027년까지 4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은 2025년 전체의 8%에서 2026년 12%로 증가했으며, 캐나다산 오일샌드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LNG의 경우 호주(23%), 말레이시아(8%), 미국(6%) 등으로 공급선을 분산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지정학적 판도 변화와 향후 한국의 선택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단기 대응과 장기 구조 개혁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20년대 후반까지는 화석연료 의존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 기간 동안 중동 정세 불안은 경제적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할 것입니다. 이란-미국 갈등의 향방도 불확실합니다.
2026년 3월 현재 양측은 외교적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와 중동 대리전 양상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는 2026년 2월 이란이 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경우,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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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는 "이란 갈등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 양자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 구도"라며 "한국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이란-미국 갈등은 이들 국가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경제와 안보의 틀을 흔드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변동과 물가 압박이라는 긴박한 문제에 직면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비축유 확대, 수입선 다변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또한 한국은 국제 에너지 협력 체계 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장관회의 등 다자 협의체를 통한 공동 대응, 주요 에너지 생산국과의 양자 협력 강화, 그리고 역내 에너지 안보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2026년 5월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 에너지 안보 포럼'은 이러한 협력을 구체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고, 나아가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조를 구축할 것인지는 향후 수십 년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투자, 기술 혁신, 그리고 국민의 에너지 절약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한국의 에너지 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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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japantimes.co.jp
aljazee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