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미국 협력: 전략적 우위인가, 역내 문제인가
미국의 중동 정책은 국제 무대에서 전략적 균형을 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미국의 중동 전략의 중심 축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The Japan Times의 할 브랜즈(Hal Brands)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비밀 병기'로써 중동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Al Jazeera의 조나단 위탈(Jonathan Whittall)은 미국-이스라엘 관계가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은 미국의 중동 정책이 국제 사회에서 가지는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긴밀한 협력은 단순히 군사적 동맹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며, 이러한 지원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넘어 미국의 권익을 위한 투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체결된 10년간의 군사 원조 협정에 따라 미국은 이스라엘에 연평균 38억 달러를 지원해왔으며, 2026년 현재도 이 협정은 유효합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과 정보 능력은 미국의 중동 전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브랜즈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이 중동에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줄이면서도 전략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자산"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정보 수집 능력, 지역 내 군사적 억지력, 그리고 기술 혁신이 미국의 국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이란의 핵 개발 저지,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무장 조직 견제, 러시아와 중국의 중동 진출 차단 등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브랜즈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군사 원조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미국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효율적 투자"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은 중동에서 제3국의 개입을 방지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실용적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마냥 긍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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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위탈은 미국-이스라엘 관계가 오히려 중동 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규범적인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위탈은 자신의 오피니언 기사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등에 과녁을 그리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는 특히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가자지구에 대한 과도한 군사 작전,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 무시 등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합니다.
위탈에 따르면, "미국이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실질적 제재를 가하지 않음으로써 규칙 기반 질서의 신뢰성 자체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여러 차례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실질적 조치가 무산되어 왔습니다.
위탈은 "이러한 이중 잣대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국제 규범을 무시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고 있으며, 결국 전 세계적으로 법치주의와 다자주의를 약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는 미국의 중동 정책을 윤리적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중동 정책이 한국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은 원유의 약 68%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이 주요 공급국입니다.
만약 중동 내 갈등이 심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같은 경제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대 우려 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한국 경제에도 부담을 주었습니다.
중동 정책의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또한, 국제 규범이 약화되면 한국이 참여하는 다자적 협력체의 신뢰도도 저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UN, WTO, G20 등 다자 체제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자국의 이익을 옹호해왔습니다. 그러나 규칙 기반 질서가 선별적으로 적용되면 중소 국가인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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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철희 교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약화는 한국처럼 국제 규범과 법치에 의존하는 중견국가에게 특히 불리하다"며 "미국-이스라엘 관계에서 보이는 이중 잣대가 일반화되면 한국의 외교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중동 정책의 변화에 따라 한국 대기업들도 사업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중동 지역에서 건설, 에너지, 인프라,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대중동 수출액은 약 550억 달러에 달하며, 중동 지역 건설 수주액도 연간 2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SK건설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UAE의 바라카 원전, 이라크 재건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러한 계약과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특히, 2023년 3월 중국 중재로 이루어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 합의 이후 중동 내 역학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전통적 동맹 구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중동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이권형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내 새로운 다극 질서 형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라며 "전통적 친미 국가들뿐 아니라 이란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유연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미국 중동 정책을 비판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중동 내 테러 방지와 안전 보장 측면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군의 주둔과 정보 제공은 역내 안정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등에 약 3만여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며 ISIS와 같은 테러 조직의 재부상을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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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같은 전략적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들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정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일 국가에 의존하기보다는 국제 사회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중동 문제에 있어 다자 협력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대화와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U는 이란 핵 합의(JCPOA) 유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중동 평화 프로세스 재개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셉 보렐 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중동의 장기적 안정은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해법과 포용적 대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다자주의의 부활과 한국의 역할
한국은 이러한 다자적 노력을 지원하며, 국제 사회 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 평화 유지와 인도적 지원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해왔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중동 문제에서도 주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국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UAE 아크부대를 파견하여 평화 유지에 기여했으며, 레바논에는 동명부대를 파견하여 UN 평화유지군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을 위해 UNRWA에 지속적으로 기여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을 활용한 '경제 외교'는 긴장을 완화하고 중동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 발전을 이룬 경험,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모델, 첨단 기술과 인프라 건설 능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들은 중동 국가들의 경제 다각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동시에 한국의 경제적 이익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에서 특정 진영 논리보다는 실질적 협력과 상생을 추구하는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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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제 질서와 경제적 안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할 브랜즈가 제시하는 실리적 동맹 관점과 조나단 위탈이 강조하는 규범적 국제 질서 관점은 모두 일리가 있으며, 이 두 시각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국제 사회의 과제입니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탈피할 수 없으며, 현명한 외교적, 경제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안보, 경제적 이익, 규범 외교라는 세 가지 축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독자 여러분은 과연 이러한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이스라엘 동맹의 실리를 인정하면서도 국제 규범의 보편적 적용을 옹호하는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지속 가능한 다자주의를 위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동의 안정과 번영은 결국 한국의 안정과 번영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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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japantimes.co.jp
aljazee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