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 정책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 전략적 실리인가, 국제 규범 훼손인가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전략적 의미

중동 지역에서 국제 법규 논란 확대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 주는 시사점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전략적 의미

 

최근 미국의 중동 정책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중동은 예로부터 주요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였으며, 오늘날에도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여전합니다.

 

특히 미국-이스라엘 동맹은 중동 정책의 핵심축으로 작용하며, 이에 대한 평가는 실리적 전략론과 국제 규범론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일본 타임즈와 알자지라라는 주요 국제 매체가 제시하는 정반대의 분석은 이 문제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이스라엘: 실리 외교의 관점 일본 타임즈에 게재된 할 브랜즈(Hal Brands)의 칼럼 'Israel has become America's not-so-secret weapon'은 미국-이스라엘 관계를 전략적 실리의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브랜즈는 이스라엘을 단순한 동맹국 차원을 넘어 미국의 중동 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냉전 시대 소련에 맞서던 구도에서 현재 이란,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란 축(Axis)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 구도로 진화했다는 분석입니다. 브랜즈의 논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군사적 기술력과 정보 역량은 미국이 중동에서 직접적인 군사 개입 없이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스라엘의 첨단 방공 시스템과 사이버 기술, 그리고 정보 수집 능력은 역내 미국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동시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견제와 관련하여 이스라엘의 역할은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대체 불가능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시각은 국제 관계를 현실주의(Realism) 렌즈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미국 외교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강대국 정치에서 동맹은 공유된 가치보다는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다는 관점이며, 미국-이스라엘 관계 역시 중동이라는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해됩니다. 브랜즈는 이러한 실리적 접근이 미국 외교의 효율성을 높이고,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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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칼럼은 중동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주목합니다. 미국이 중동에서 물리적 주둔을 줄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협력은 역내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아브라함 협정 등)도 이러한 전략적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브랜즈는 이를 미국 주도의 중동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으로 평가하며, 이스라엘이 그 중심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제 규범 훼손의 우려: 비판적 관점

 

반면, 알자지라 오피니언에 게재된 조나단 위탈(Jonathan Whittall)의 'Israel puts a target on the back of the rules-based order'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합니다. 위탈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국제법과 규칙 기반 질서(rules-based order)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으며, 미국의 묵인 또는 지지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합니다.

 

위탈의 핵심 주장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의 기본 원칙들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면서도 실질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 현실이 국제 질서 전체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는 점령지 정착촌 건설,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군사 작전, 인도적 위기 상황 등을 구체적 사례로 들며, 이러한 행위들이 제네바 협약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위탈은 '규칙 기반 질서'라는 개념 자체가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이중 잣대를 비판합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에 대해서는 국제법 위반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제 규범의 보편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비서방 국가들에게 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가 실제로는 힘의 논리에 기반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장기적으로 국제법의 권위를 약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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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탈은 또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겪는 고통과 인권 침해는 단순히 중동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와 국제 인도법의 핵심을 건드리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를 방치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고 경고합니다. 이 칼럼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위탈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등을 통해 국제 사법 체계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미국이 표방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수호자 역할과 모순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한다는 분석입니다.

 

중동 지역에서 국제 법규 논란 확대

 

두 시각의 충돌이 보여주는 국제 정치의 딜레마 브랜즈와 위탈의 상반된 분석은 국제 정치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한쪽은 국익과 전략적 실리를 강조하는 현실주의적 관점이며, 다른 한쪽은 국제 규범과 보편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관점입니다. 이 두 시각은 단순히 중동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대 국제 질서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국제 정치는 본질적으로 무정부 상태(anarchy)이며, 각국은 자국의 안보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합니다. 이 관점에서 미국-이스라엘 동맹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적 선택입니다. 반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관점에서는 국제법과 다자주의 제도가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제 질서를 만든다고 봅니다.

 

이 관점에서 규범을 무시한 전략적 동맹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안정을 희생하는 근시안적 선택입니다. 이러한 논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 질서가 전환기를 맞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냉전 종식 후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에서 중국, 러시아 등이 도전하는 다극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국제 규범과 제도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동은 이러한 전환의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선택은 향후 국제 질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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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주는 전략적 함의 이러한 국제적 논쟁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기축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국제 규범과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중견국 외교를 추구해왔습니다. 중동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딜레마는 한국이 직면한 외교적 선택의 어려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동의 안정은 한국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은 에너지 가격 변동과 공급망 리스크로 직결됩니다. 특히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로의 안정성은 한국 경제의 핵심 변수입니다.

 

중동 내 갈등이 격화되면 국제 유가 급등과 함께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 심각한 도전이 됩니다. 둘째, 외교적 차원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국제 규범 준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중동 관련 결의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이러한 딜레마를 반영합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과도 경제·기술 협력을 유지하는 등 균형 외교를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러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셋째, 중동 문제는 한국의 중견국 외교 전략에도 중요한 시험대입니다. 한국은 국제 규범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외교 노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권위와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규범보다 힘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중견국의 규범 기반 외교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중동 사례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중견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넷째, 경제적 기회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중동은 중요합니다.

 

중동 국가들은 탈석유 경제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에게 건설, 에너지,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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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UAE의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 등은 한국의 기술과 경험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정은 이러한 경제 협력에 상존하는 리스크 요인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제 질서 전망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 주는 시사점

 

미국의 중동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궁극적으로 21세기 국제 질서의 성격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체제와 국제법 기반 질서는 냉전 종식 후 한때 보편적 규범으로 자리 잡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질서는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첫째, 강대국 경쟁의 부활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러시아의 수정주의적 도전 등은 냉전 시대와 유사한 진영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대국들은 국제 규범보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중동에서 미국-이스라엘 관계는 이러한 경향의 한 사례이며,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국제 제도의 약화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강대국 간 대립으로 인해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진 경우가 많으며, 국제형사재판소나 세계무역기구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동 문제에서 유엔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러한 제도적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셋째, 지역 질서의 다층화입니다.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규범이 약화되는 동시에, 지역별로 상이한 질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는 이란 축과 아랍-이스라엘 협력 구도라는 새로운 지역 질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아랍-이스라엘 대립 구도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이러한 지역 질서의 다층화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관론만이 답은 아닙니다.

 

국제 규범과 제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더 큰 무질서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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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사례가 보여주듯, 규범 없는 힘의 정치는 끊임없는 갈등과 인도적 위기를 낳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현실주의적 전략과 규범 기반 접근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할과 선택 한국은 이러한 국제 질서의 전환기에 중견국으로서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 러시아 등과도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동 문제를 포함한 글로벌 이슈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단순히 외교 정책의 문제를 넘어, 한국이 추구하는 국가 정체성과 국제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국제법과 다자주의를 지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안보 이익과 경제적 필요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동 정책에서도 이러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국제법과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과의 기술 협력이나 중동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실용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또한 한국은 에너지 안보의 다변화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 발전 유지, 수소경제 육성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한국 경제를 보호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글로벌 과제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은 단순히 중동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국제 질서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전략적 실리와 국제 규범, 국익과 보편적 가치 사이의 긴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 정치의 딜레마를 깊이 이해하고, 중견국으로서 균형 잡힌 접근을 통해 국익을 보호하면서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중동 문제는 멀리 있는 남의 일이 아니라, 한국의 안보, 경제, 외교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임을 인식하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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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japantimes.co.jp

aljazeera.com

작성 2026.03.08 03:26 수정 2026.03.0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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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