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뷰 200억 펜트도 외면받았다”…청담르엘 보류지, 12가구 중 2가구만 낙찰
강남 청담동 ‘청담르엘’ 보류지 공개입찰 결과 대부분 유찰…다주택 규제와 매물 증가 속 강남 아파트 시장 냉각 조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대표 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청담르엘’ 보류지 매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개입찰을 진행했지만 12가구 가운데 단 2가구만 주인을 찾았다.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다주택 규제 기조와 강남권 아파트 매물 증가가 맞물리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 아파트 보류지 12가구가 공개입찰에 나왔지만 대부분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청담르엘 보류지 12가구에 대한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전용면적 84㎡ A·B·C 타입 8가구와 172㎡, 200㎡, 202㎡, 218㎡ 등 펜트하우스형 4가구였다.
입찰 결과 84㎡B와 84㎡C 타입 각각 1가구만 낙찰됐다. 낙찰가는 각각 52억원, 51억1800만원이었다.
조합이 제시한 입찰 기준가는 84㎡ 타입 기준 50억4430만~50억7570만원 수준이었다. 실제 낙찰가는 기준가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가량 높게 형성됐다. 그러나 나머지 10가구는 모두 유찰됐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펜트하우스는 단 한 가구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해당 물량의 입찰 기준가는 면적에 따라 178억400만원에서 225억8600만원에 달했다.
이번 결과는 불과 한 달 전 진행된 잠실르엘 보류지 매각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 1월 말 매각된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보류지 10가구는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두 낙찰됐다.
당시 전용 59㎡는 입찰 기준가 29억9200만원보다 높은 최고 35억원에 낙찰됐고, 전용 74㎡ 역시 기준가 35억3300만원보다 약 5억원 높은 40억원대에 거래됐다.
가격만 놓고 보면 청담르엘 보류지는 경쟁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조합이 한 차례 84㎡ 보류지 4가구를 59억6000만~59억8000만원에 매각 공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기준가는 약 9억원 낮은 수준이었다.
또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동일 면적 매물 가격이 52억~60억원대이고 올해 1~2월 실거래가가 63억, 67억원까지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었음에도 대부분 유찰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남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강도 높은 규제 메시지를 이어가면서 강남권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 만기 연장 제한 등 금융·세제 규제가 예고되면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려는 매물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매수자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97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 규제 발언 이전인 올해 1월 초 7295건과 비교해 약 33% 증가한 수치다.
서초구는 5978건에서 8636건으로 44.4% 늘었고, 송파구 역시 3368건에서 5602건으로 66.3% 증가했다.
매물이 급증하면서 가격 조정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기준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강남 -0.07%, 서초 -0.01%, 송파 -0.09%로 2주 연속 하락했다.
보류지 특유의 거래 구조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류지는 재건축 조합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송이나 사업 비용에 대비해 일반분양 대신 남겨두는 물량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토지거래허가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잔금 납부 기간이 매우 짧다는 특징이 있다.
청담르엘의 경우 계약 기간은 3월 6일부터 12일까지이며 잔금 납부일은 4월 27일이다. 사실상 한 달여 만에 수십억에서 많게는 2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100억원 후반에서 200억원 초반에 달하는 펜트하우스는 매수층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단기간에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요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는 “보류지 매각 결과는 통상 부동산 시장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시장 가격이 하락 국면에 들어서면 시세보다 낮게 나와도 매각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강남권은 매물이 빠르게 누적되는 상황이어서 매수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보류지 하나로 제한되지 않는다”며 “실거주 수요가 두터운 잠실과 달리 청담은 자산가 중심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