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은 경제 활동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은 회생 절차를 거친 기업들이 재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는 금융과 제도, 사회적 인식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K-재도전 모델’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기업이 심각한 재무 위기에 직면하면 법원의 회생 절차를 통해 구조조정과 재무 개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의료 치료 과정과 유사한 구조로 볼 수 있다. 기업이 부채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뒤 법원의 인가를 받아 재무 구조를 정상화하고 졸업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회생 절차 종료 이후다. 기업이 인가와 졸업 단계를 거친 이후에도 금융과 제도적 지원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파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병운 회장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생기업 재도전을 가로막는 주요 제도적 장애 요인을 제시했다.
첫 번째 문제는 금융권의 차별적 여신 규제와 보증 제한이다.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회생 절차를 마친 기업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신규 대출이 사실상 어렵고 외상 거래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계약보증보험, 하자보증보험, 입찰보증보험 등의 발급이 어려워 사업 수주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과거 재무 정보가 아닌 현재 재무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재도전 신용평가 모델 도입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회생기업의 실제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대출과 투자, 보증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회생기업에 대한 DIP 금융 확대와 함께 전용 금융기관 설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두 번째 문제는 공공입찰과 정부 연구개발 과제 참여 제한이다. 회생 이력이 있는 기업은 공공기관 입찰에서 경영상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참여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연구개발 사업 역시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가 절대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기술력이 있는 기업도 참여 기회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해 재도전 가산점 제도 도입과 함께 공공조달 재도전 쿼터제 검토가 제안됐다. 또한 기술력이 검증된 회생기업에 대해서는 재무지표 적용을 완화하는 연구개발 재기 패스트트랙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 번째 문제는 제도적 규제와 정책 개선 지연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단순 부실기업과 법원의 관리 아래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다양한 지원 정책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생 가능기업을 별도로 분류하고 일정 기간 동안 행정 규제를 유예하는 재도전 규제 자유존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네 번째 문제는 회생기업에 대한 낙인 효과다. 회생 신청 사실이 신용정보망에 공유되면서 신규 거래처 확보가 어렵고 기존 거래처 계약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회생 절차 종료 이후에도 금융권 공동 전산망에 관련 기록이 장기간 남아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채무 변제가 이루어질 경우 회생 기록을 조기에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재도전 유망기업 인증 제도 도입과 투자기관 참여 확대, 재인증 제도 등을 통해 회생기업의 시장 신뢰 회복을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섯 번째 문제는 DIP 금융의 한계다. 현재 일부 공공기관을 통해 DIP 금융이 운영되고 있으나 규모가 제한적이며 민간 금융 참여도 부족한 상황이다.
윤 회장은 정부와 민간 자본이 함께 참여하는 재도전 펀드를 조성해 회생기업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기업 회생 제도에서 운영되는 DIP 금융 사례를 참고해 법원의 승인 아래 신속하게 운영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Chapter 11 제도에서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법원의 승인 아래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DIP 금융이 제도적으로 지원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유동성 공백을 최소화하고 영업 활동을 유지하면서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윤병운 회장은 회생기업이 실패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재도전 주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회생 경험을 경제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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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