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은 아는데 서술형 문제만 나오면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학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코칭 수업을 받게 된 4학년 학생.
곱셈의 개념을 활용한 서술형 문제 앞에서 연필이 움직이지 않는다.
“8×7은 얼마지?”
학생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56이요.”
구구단은 정확하게 외우고 있었다. 이어서 질문을 하나 더 했다.
“어떻게 해서 56이 되는걸까?”
학생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냥 외운 건데요.”
곱셈 학습에서 흔히 나타나는 장면이다. 많은 아이들이 구구단을 암기하지만, 곱셈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곤 한다. 계산 결과는 기억하지만 곱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 학생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계산이 아니라 이해였다
“사과가 8개씩 담긴 바구니가 7개 있어. 사과는 모두 몇 개일까?”
학생은 연필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계산을 시작하지 못했다.
곱셈 기호가 있을 때는 풀 수 있지만, 상황 속에서 곱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곱셈을 연산 기호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 수의 관계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수업은 곱셈을 다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곱셈은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거야”
책 대신 작은 블록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노란 블록 8개를 한 줄로 놓았다.
“여기 블록이 몇 개지?”
“8개요.”
같은 블록을 옆에 하나 더 놓았다.
“이제 두 줄이네. 몇 개일까?”
학생은 블록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16개요.”
그 다음 줄도 같은 방식으로 놓았다.
“8 + 8 + 8…”
학생이 천천히 숫자를 읽기 시작했다.
“24… 32… 40…”
블록이 일곱 줄이 되자 다시 물었다.
“이걸 다른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학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 8×7이네요.”
그 순간, 자신감 없던 학생의 표정이 달라졌다.

암기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
곱셈은 새로운 계산 방법이 아니다.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것을 더 간단하게 표현한 방법이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이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 구구단을 먼저 외우고 나면 곱셈을 이해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함께 풀어 보았다.
“의자가 한 줄에 6개씩 있고 줄이 4개야.”
문제가 끝나기도 전에 학생은 바로 답했다.
“24요.”
이번에는 계산을 멈추게 했다.
“왜 24일까?”
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6 + 6 + 6 + 6이니까요.”
곱셈이 다시 반복 덧셈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이해가 생기면 계산은 쉬워진다
이후 문제를 조금씩 확장했다.
7×6
9×4
8×5
이번에는 계산을 외워서 하지 않았다. 학생은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7×6은 7이 6번 더해지는 거니까…”
이해가 생기자 계산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구구단을 외운 지 오래였지만, 그제야 곱셈의 의미를 실제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학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계산이 아니다.연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암기는 잠시 기억을 도울 수 있지만, 이해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된다.
수학 기초는 개념에서 시작된다
곱셈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계산 속도만 연습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개념의 공백에 있다.
곱셈을 이해하면 분수와 비율, 넓이 계산 같은 다음 단계의 수학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를 맞히는 과목이 아니다.숫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구구단을 외운 아이가 곱셈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수학은 비로소 하나의 의미 있는 언어가 된다.
다음 연재에서는 “문제를 읽지 못해 수학이 막힌 아이” 사례를 통해 수학과 읽기 이해력의 관계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