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과 임금 상승: 필립스 곡선의 역설
최근 유로존에서는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며 경제적인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임금 상승률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제 원리인 필립스 곡선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습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는 낮은 실업률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예측하지만, 현재 유럽 노동 시장에서는 이 관계가 다소 균열을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2026년 3월 9일 유럽중앙은행(ECB)의 Oscar Arce와 David Sondermann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역설적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노동 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해 있으며 향후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업률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의 유휴 노동력을 평가하려면 더 넓은 관점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이민자와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시장 유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외국인 노동자가 유로존 일자리 창출의 약 53%를 차지했으며, 자국민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43%를 차지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노동 공급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노동 공급의 증가는 이민, 경제활동 참가율, 직업 전환, 그리고 기업의 고용 의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하며, 이러한 요인들이 최근 몇 년간 더욱 중요해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특히 이민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유입은 전통적인 실업률 지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노동 공급의 실질적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기업들의 고용 행태 변화가 노동 시장 역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기 침체나 경제적 불확실성이 임박할 때, 기업들은 더 이상 빠른 해고에 나서지 않고 인력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인력 유지(labour hoarding)'라고 불리는 전략으로, 노동 수요가 약화되더라도 이를 즉각적인 실업률 증가로 연결시키지 않음으로써 노동 시장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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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22년 중반 이후 기업들의 구인 공고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낮은 실업률이라는 숫자가 노동 시장 내부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민이 노동 공급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은 유로존 여러 국가에서 분명해졌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력 유입이 일자리 창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세계화가 임금 증가를 억제하는 데 일조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민자들이 임금 경쟁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는 분석입니다.
한편으로는, 자국 노동자들이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며 이민 노동자와 경쟁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요소는 유로존 경제 전체의 노동 공급을 증가시킴으로써 임금 상승 압력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민과 노동 공급 증가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 이론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합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또는 인플레이션) 간의 역관계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으로, 실업률이 낮을수록 노동 시장이 타이트해져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진다고 예측합니다.
그러나 현재 유로존에서는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실업률만으로는 노동 시장의 유휴 노동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노동 시장 내에서 관찰된 기업들의 전략적 노동력 유지를 분석하면, 낮은 해고율이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추가 고용이 정체되고 인력 확보 경쟁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ECB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기업 간 인력 확보 경쟁의 약화를 의미하며,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이 시사하는 것보다 임금 압력이 낮아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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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거나 직업 전환을 통해 임금의 개선을 도모할 기회를 제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인력 유지 전략은 여러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첫째, 숙련 노동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도 일단 확보한 인력을 쉽게 해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과거 경제 위기 이후 빠른 경기 회복 경험으로 인해 기업들이 단기적 불확실성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유럽의 강력한 고용 보호 법제가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2022년 중반 이후 구인 공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고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첫째, 이민자 노동자 유입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노동 시장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노동 공급 증가로 인한 임금 경쟁은 초기에는 상승 압력을 둔화시키지만, 전문 기술을 갖춘 외국인 노동자가 유로존 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유럽 사회에서 젊은 이민 노동력의 유입은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경제 활력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임금 정책이 직면한 새로운 선택지들
둘째, 기업들이 인력을 유지하는 경향은 고용 안정성 향상과 같은 중요한 긍정적 효과를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신뢰를 증가시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고용 환경은 노동자들의 소비 심리를 개선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인적 자본 투자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 노동력을 유지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CB 보고서는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종합하여, 노동 시장의 유휴 노동력을 평가할 때 실업률뿐만 아니라 이민, 경제활동 참가율, 직업 전환, 기업의 노동 수요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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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실업률 수치만으로 노동 시장의 긴축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노동 공급의 다양한 원천과 기업의 고용 행태 변화를 함께 분석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유로존 노동 시장의 변화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민자 노동력 유입, 자국민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기업들의 새로운 고용 전략이 결합되어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 창출의 53%를, 자국민 참가율 증가가 43%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노동 공급의 풍부함이 실업률이라는 단일 지표가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노동자의 경제적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 전체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민 노동력의 유입은 고령화 사회의 인구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인력 유지 전략은 고용 안정성을 높여 경제 전반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향후 임금 상승 압력을 둔화시키고 있는 이러한 역설적 상황이 유로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수습될 수 있을까요? 노동 시장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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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