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유럽산 부품 70%' 의무화…온실가스 LCA 없으면 퇴출
EU, IAA·LCA 보호무역 강화
원산지 조건 FTA 체결국 포함
韓, 최악 면했지만 부담은 커져
중소 부품사, 대책 마련 미흡
동남아·남미 신시장 개척해야

유럽 산업가속화법(IAA) 주요 내용
유럽연합(EU)이 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빗장을 이중·삼중으로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 생산·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자동차 제작에서 운행·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보고하는 것을 제도화 한다. 유럽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역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 유럽 산업 가속화법 공개, 국내 자동차제작사 부담 생겨
유럽의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이 담긴 '산업 가속화법'(IAA)이 확정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응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럽산 사용 의무화는 전기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수출 제품도 영향을 미친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IAA는 자동차,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전략 산업과 풍력터빈 등 친환경 산업에서 공공 조달, 보조금 지급 시 '역내 제조' 요건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IAA에 따라 향후 기업이 EU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려면 EU산 부품의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대규모 외국 투자에는 EU 근로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등의 조건이 부과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산업을 지원한 것과 유사하게 유럽도 보호주의에 입각해 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EU는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했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 가운데 EU 기업에 시장접근을 보장하는 국가는 상호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EU산과 동등하게 간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IAA가 규정하는 '유럽산' 사용 의무화 비율은 전기자동차 부품의 경우 70%(배터리 부품은 예외), 알루미늄 25%, 시멘트 25% 등이다. 전기차 구매자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이 EU 내에서 조립되고, 가격 기준으로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가 EU 내에서 생산돼야 한다.
IAA 발표로 대응이 필요한 분야는 전기차를 수출하는 국내 완성차 기업이다. 원산지 요건 강화가 현실화되면 유럽 전기차 판매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수출하고 있는 자동차제작사들은 생산계획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유럽의 전기차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역내에서 조립하는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는 “EU원산지 조건에 FTA 체결국이 포함된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면서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EU조립 조건이 들어간 것은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IAA는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정식 발효된다.

EU
◇ 자동차 온실가스 LCA 데이터 없으면 유럽 공급망 퇴출 위험
유럽은 자동차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를 관리하는 전과정평가(LCA) 체계로 급격히 전환 중이다. 자동차 온실가스 LCA는 '제조 전-제조-운행-폐기 및 재활용' 등 단계로 구분해 배출량을 산출, 탄소 배출 감축을 유인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EU과 UN을 중심으로 LCA를 위한 표준화가 진행 중으로, UN 산하 '국제 자동차규제조화포럼(WP29)' 전문가 작업반(IWG on A-LCA)은 이달 중순 평가 방법론에 대한 합의 'LCA MR(Mutual Resolution)' 도출을 앞두고 있다. 작업반에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벨기에·스웨덴·한국·중국·일본 등 12개 이상 주요 자동차 제작국 참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글로벌 표준 LCA 방법론을 바탕으로 6월부터 자동차제작사와 부품사에 제도 적용을 권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형태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강제 규제라는 분석이다. 통상 EU에서는 새로운 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작사라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참여해야만 한다.
EU의 자발적 보고 시작을 기점으로 데이터 축적이 가속화되면, 이는 향후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이나 탄소 국경세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LCA 데이터가 없는 부품을 사용한 자동차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자동차 산업에 강력한 무역장벽 수단이 될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자동차제작사와 중소 부품사 대상 LCA 산정·검증 지원 사업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부터 국내에서 자동차 LCA 제도 시행을 위한 근거를 대기환경보전법에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LCA에 참여해야 하는 중소 부품사들의 준비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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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유럽도 미국을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흐름이어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국내 자동차제작사들은 유럽 현지 생산·조립 비중을 늘리고 중동, 동남아, 남미 등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