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푸른 잔디 위에 서서 클럽을 잡는 순간,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한번의 스윙과 한번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골프와 인생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골프의 시작은 티샷이다. 첫 샷이 곧게 멀리 날아가면 마음이 가볍지만, 방향이 틀어지면 곧바로 부담이 생긴다. 이는 인생의 출발과도 같다. 우리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출발하지만, 첫걸음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티샷이 조금 빗나갔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듯, 인생도 출발의 조건보다 이후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방향과 리듬이다. 욕심을 부려 힘껏 휘두르면 오히려 공은 숲이나 러프로 들어가기 쉽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지나친 욕심과 조급함은 오히려 우리를 길 밖으로 밀어내곤 한다. 때로는 힘을 빼고 자신의 리듬을 찾는 것이 더 멀리 가는 지혜가 된다.
골프 코스에는 벙커와 해저드가 있다. 누구도 그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잘 치던 사람도 어느 순간 벙커에 빠지고, 평탄하던 길 앞에 물이 가로막히기도 한다. 인생 역시 예상치 못한 장애물로 가득하다.
실패와 좌절, 인간관계의 갈등, 건강의 문제 등 다양한 ‘인생의 벙커’가 우리를 시험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벙커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벙커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느냐이다. 침착하게 모래를 털어내며 다시 샷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다음 홀로 나아갈 수 있다.
골프는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옆 사람이 잘 친다고 해서 내 공이 더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니다. 남의 실수를 보고 웃어도 내 점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 스코어카드에는 오직 자신의 결과만 기록된다. 인생 역시 남과 비교하며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라운드의 마지막은 퍼팅이다. 화려한 드라이버보다 짧은 퍼팅 한 번이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인생도 그렇다. 결국 삶의 가치는 거창한 순간보다 작은 성실함에서 결정된다. 꾸준함과 책임, 배려 같은 작은 ‘퍼팅’들이 모여 삶의 스코어를 완성한다.
골프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스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는다.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 자연 속에서 느낀 여유, 그리고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점수를 남기는 것보다 끝까지 자신의 라운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인생 코스에서 다음 샷을 준비하고 있다. 공이 숲으로 들어가고 벙커에 빠질 때도 있지만, 다시 클럽을 잡고 스윙하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린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은 18홀의 라운드이기 때문이다.
18홀의 라운딩이 끝나면 스코어 카드는 남지만,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은 동반자와 나눈 대화와 필드의 공기다. 인생 또한 최종적인 성취 못지않게 그 과정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유대감이 중요하다.
비록 오늘 우리의 스코어카드가 '더블 파'로 가득 찼을지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내일의 새로운 티오프(Tee-off)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힘을 빼고 리듬을 찾는 것, 그것이 필드와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다.
전승환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정년퇴임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