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95. 사츠마이모(薩摩芋)가 만든 류큐왕국 민중의 식생활과 생존 문화

쌀에서 고구마로 바뀐 류큐 민중의 주식 구조

고구마 가공과 저장 기술이 만든 생존 식문화

소철 지옥과 고구마 의존 사회의 역사적 현실

고구마(사츠마이모, 薩摩芋)의 보급은 류큐 왕국 민중의 식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류큐 왕국에서는 농지가 부족했고 수확된 쌀과 곡물 대부분이 류큐 왕부와 사쓰마 번의 조세로 징수되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평민들에게 쌀은 매우 희귀한 식량이 되었으며, 태풍과 가뭄에도 비교적 강한 고구마가 민중의 절대적인 주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AI 생성]

 

류큐 사람들은 고구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발전시켰고, 고구마는 신앙과 의례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고구마 중심 식생활은 구조적 빈곤과 자연재해 속에서 한계를 드러냈으며, 결국 독성이 있는 소철(蘇鉄)을 먹어야 하는 ‘소철 지옥(ソテツ地獄)’이라는 비극적 상황도 발생하였다.

 


고구마의 보급은 류큐 백성들의 식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류큐 왕국은 농지가 제한적이었으며, 생산된 쌀과 주요 곡물의 상당 부분이 류큐 왕부와 사쓰마 번의 조세로 징수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평민들에게 쌀은 일상적으로 소비하기 어려운 식량이 되었다.

 

그 결과 민중들은 태풍과 가뭄에도 비교적 잘 자라는 고구마에 의존하게 되었다. 고구마는 류큐 지역에서 점차 주요 식량으로 자리 잡았으며, 일반 가정에서는 고구마를 찌거나 삶아 껍질을 벗겨 먹는 식사가 일상적인 식생활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류큐 사회에서 고구마가 단순한 보조 식량이 아니라 민중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류큐 사람들은 단순히 고구마를 수확해 먹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잦은 태풍과 기근에 대비하기 위해 고구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고 장기 보존하는 기술이 발전하였다. 대표적인 방법은 고구마에서 전분을 추출해 식량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전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 역시 버리지 않고 식량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고구마 전분을 건조하여 장기간 저장하는 방식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가공과 저장 방식은 자연재해가 잦은 류큐 지역에서 식량 부족을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생활 기술이었다.

농업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고구마 재배와 수확을 위해 나무를 깎아 만든 농기구인 티부쿠(ティブク)와 철제 끝을 뾰족하게 만든 아산가니(アサンガニ) 같은 도구가 사용되었다.


 

고구마는 류큐 사람들의 종교와 의례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오키나와 본도 북부 지역에서는 매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고구마 수확을 기념하는 ‘이모 축제(芋の祭り)’가 열렸다. 이 시기 촌락의 신녀(노로)는 마을의 성소인 우타키(御嶽)에 모여 첫 수확한 고구마를 바치고 풍작을 기원하였다.

 

또한 고구마를 류큐에 처음 들여온 인물로 알려진 노구니 소칸(野国総管)은 ‘이모 우스메(芋ウスメ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감사와 풍작을 기원하는 대상이 되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정월이나 축제 기간이 되면 고구마를 삶아 반죽한 음식인 우무니(ウムニー)를 만들어 집안의 신단이나 불단에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의례는 고구마가 류큐 사회에서 단순한 식량을 넘어 생명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고구마의 보급은 류큐 사회의 식량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였다.

 

18세기 이후 가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반복되면서 고구마 생산량 역시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구마마저 부족해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산과 들에 자라는 소철(蘇鉄)을 식량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소철은 녹말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독성을 지닌 식물이었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독을 제거해야 했다. 그러나 조리 방법을 잘못 적용할 경우 심각한 중독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극심한 식량 부족 속에서 소철에 의존하여 생존해야 했던 상황은 ‘소철 지옥(ソテツ地獄)’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사츠마이모(薩摩芋)로 불리는 고구마는 류큐 왕국 민중의 식생활과 생활문화를 크게 변화시킨 작물이었다. 고구마는 쌀을 대신하는 주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다양한 가공과 저장 기술, 농기구의 발전, 그리고 수확을 기념하는 종교 의례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류큐 민중의 식량 상황은 여전히 자연재해와 구조적 조세 체제의 영향을 받았으며, 때로는 소철을 먹어야 하는 극심한 기근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류큐 사회에서 고구마가 단순한 식량을 넘어 민중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작성 2026.03.14 09:30 수정 2026.03.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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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