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욱의 심술] 3억 짜리 읽씹

오늘부터 실천하는 ‘2-5-10 법칙’

[오성욱의 심술] 3억 짜리 읽씹

 

금요일 오후 4시 32분. 퇴근 본능이 꿈틀대는 시간, 김 대리는 비장하게 단톡방에 메시지를 던진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화면 속 숫자 ‘1’이 사라지길 기도하며 주말 내내 휴대폰을 붙들고 살았건만, 

월요일 아침까지 그놈의 ‘1’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참다못해 팀장을 찾아가니 돌아오는 태연한 한마디. 

“아, 그거? 금요일에 봤는데 별 문제 없길래.”

 

이 짧은 풍경에서 뒷목을 잡았다면 당신은 정상. 이건 단순한 '깜빡함'이 아니다. 현대 조직의 혈관을 막는 치명적인 질환, 

바로 ‘답씹(답장 씹기)’ 문화의 전형적인 단면이다.

씹힌 메시지가 부르는 ‘나비 효과’

“고작 답장 하나 안 한 게 뭐 대수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에서는 시니어 개발자가 신입의 리뷰 요청 메시지를 읽고 ‘나중에 봐야지’ 하며 넘겼다가 

일주일 뒤 서비스가 통째로 다운되는 대참사를 겪었다. 2시간 장애로 날린 직접 손실만 무려 3억 원.

만약 그때 “확인했어, 조금 이따 봐줄게”라는 단 한 줄의 피드백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답장이 없는 동안 보낸 이가 느끼는 불안감, 재확인을 위해 낭비되는 시간, 그리고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나 보다”라는 좌절감까지 합치면 그 무형의 손실은 계산기조차 두드리기 힘들 정도다.

 

반면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은 피드백을 거의 신앙처럼 받든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24시간 내 답변’ 원칙을 꼽는다. 긴급 건은 2시간 컷이다. 내용이 복잡하면 “오후에 자세히 답하겠다”라는 수신 확인이라도 보낸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더 지독하다. 이메일 제목에 딱 물음표 하나(?)만 찍어서 보내기로 유명하다. 

“이거 확인했나? 어떻게 돼가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처음엔 심장이 쿵쾅거려도, 적응되면 오히려 편해진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빠르게 오가니 실제 일할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의사 결정 속도를 3배나 높이는 ‘피드백의 경제학’이다.

 

오늘부터 실천하는 ‘2-5-10 법칙’

우리 팀도 ‘답씹’의 늪에 빠져 있다면, 거창한 혁신 대신 이 간단한 법칙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2분 법칙: “내일 회의 되나요?”처럼 간단한 건 즉시 답한다.

5분 법칙: 5분 내 검토 가능하면 “잠시 후 답변함”이라고 예고한다.

10분 법칙: 오래 걸릴 사안이면 “확인했다. ◯시까지 답하겠다”라고 일단 안심시킨다.

 

당신이 던지는 ‘첫 번째 도미노’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도 하지만, 옆으로 번지기도 한다. “뭐 이렇게 빨리 답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내가 먼저 피드백의 화신이 되어보자. 내가 답장을 빨리 하면 상대방도 미안해서라도 속도를 맞추게 된다.

즉각적인 피드백은 단순한 예의를 넘어, 동료를 향한 가장 따뜻한 ‘존중’이자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행위다. 자, 지금 스마트폰을 열어보라. 아직 사라지지 않은 숫자 ‘1’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진 않은가?

 

지금 바로 답장을 보낼 시간이다. 당신의 피드백 한 줄이 우리 팀의 3억 원을 구할지도 모르니까.

 

작성 2026.03.14 23:47 수정 2026.03.1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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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