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공습 논란, 국제법과 안보 사이 갈림길

불법성과 정당성: 뜨거운 국제법 논란

강대국의 ‘예외주의’와 중견국의 대응

한국에 주는 함의와 정책 시사점

불법성과 정당성: 뜨거운 국제법 논란

 

국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동 지역. 한국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지는 않으나, 눈을 돌려야 할 글로벌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의 삼각 관계가 빚어낸 긴장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군사적 충돌에 그치지 않고 국제법적 정당성, 강대국 정치, 그리고 중견국가들의 외교 전략에 이르는 복합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 사안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 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명백한 허가 없이 감행되었다는 점은 국제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국가 안보 이익과 이란의 잠재적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행동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진보적 석학 다수는 이러한 주장에 찬동하지 않습니다. 호주 전 외무장관이자 국제법 전문가인 가레스 에번스(Gareth Evans)는 2026년 3월 8일 Project Syndicate에 게재한 칼럼 'What would make an illegal war morally defensible?'에서 "국제법이 지켜지지 않는 강대국 행동은 다른 모든 국가들의 외교적 균형을 흔드는 전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행동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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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이란이 즉각적 위협을 가하지 않았음에도 사전 행사를 핑계로 한 군사적 대응은 국제적으로 '불법적 전쟁'으로 간주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번스는 "국제 관계에서 불법적인 정부 행동이 도덕적으로 방어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상황은 그러한 예외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습니다.

 

The Wall Street Journal 및 RealClearPolitics와 같은 매체는 "강력한 국방과 단호한 안보 전략이야말로 평화 유지의 기본"이라는 논조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RealClearPolitics에 게재된 Peter Berkowitz의 칼럼 'U.S.-Israel Joint Action Against Iran Is Just and Necessary'는 이란이 여러 테러 조직과 협력하며 역내 위협을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공습은 단순한 방어 단계를 넘어 지역 안정을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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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Vance가 2023년 WSJ에 기고한 글 역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일방적인 군사 행동도 불사해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동 정국을 바라보는 중요한 키워드는 '강대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와 '기회주의'입니다. 강대국들이 국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소규모 국가들이 이에 대해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할지는 여전히 지속되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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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위 '중견국(middle power)'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이제는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에번스는 자신의 칼럼에서 "중견국들이 뭉쳐 강대국의 불법적 행위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국제 규칙에 기반한 시스템은 무너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며 중견국들의 단합된 반발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안을 한국의 입장과 연결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강대국의 군사적 행동으로 영향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갈등 구조에서 국제법과 예외주의의 문제는 결국 우리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기축으로 삼아왔지만, 동시에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국제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해왔습니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번 사태는 한국이 이 두 정체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강대국의 ‘예외주의’와 중견국의 대응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국제법 준수 여부는 단순히 이상적인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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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제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강대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이 정당화된다면, 북한 역시 자위권을 명분으로 선제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의 중견국들과 함께 논의하며 글로벌 거버넌스 내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키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은 G20 회원국이자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역임한 경험이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중견국 외교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이러한 외교적 자산을 활용하여 국제법 준수와 다자주의 강화를 위한 중견국 연대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물론 이번 사안을 단순히 이상 대 현실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만약 이번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이 그들의 핵 개발이나 테러 지원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억제할 수 있었다면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논리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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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행동하지 않는 것"과 그로 인해 발생할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위험을 안고서라도 개입을 감행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특히 이란이 지속적으로 핵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역내 대리전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들도 반박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모두가 국제법을 무시하고 강행 군사 행동만 한다면, 세계는 결국 어떤 상태가 될 것인가?" 국제 규범이 약화된 세계는 단기적으로는 큰 강대국들의 방어 논리가 주류를 이루게 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위험한 질서가 될 수 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유엔 안보리의 명확한 승인 없이 진행되었을 때, 그것이 만들어낸 중동의 혼란과 불안정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안보 전략을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국제법 준수와 다자주의가 한국의 장기적 국익에 더 부합한다며, 강대국의 일방주의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국내 논쟁 자체가 한국이 처한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주는 함의와 정책 시사점

 

결국 이번 공습 논란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법적 정당성과 타국의 주권을 존중했던 세계 질서를 되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집단적 행동이 시급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이상적인 논리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혼란을 막기 위한 방어적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이를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의 글로벌 외교를 더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야 할 책무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중동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긴장, 대만 해협 위기 등 세계 곳곳에서 국제법과 강대국의 일방주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동의 사례는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제질서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 문제를 중동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질서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이슈로 인식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국제 정세를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냉전 시대를 거치며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었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가 무너지고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세계로 회귀하는 것을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성과 현실 사이에서,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이 질문은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로 남을 것입니다. 원칙과 실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중견국 외교의 핵심입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비전에 기반한 일관된 외교 원칙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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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project-syndicate.org

sj.com

realclearpolitics.com

작성 2026.03.15 01:08 수정 2026.03.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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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