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끝없는 실랑이

관계(이미지 freepik)



어제는 제가 세탁기를 돌리려니까 엄마가 말합니다.

아직 꽉 안 찼어, 내일이나 돌려라.”

저는 못 들은 척하고 세탁기 버튼을 누릅니다.

한 오 분이 지났을까요, 엄마가 목소리를 누르며 말합니다.

세탁기 좀 꺼놔라, 이따 돌리마.”

저는 금방 그 말뜻을 알아챘습니다.

빨래가 불리는 시간을 벌려는 것이지요.

엄마. 요새는 때가 찌들어 빨래를 하나요? 그냥 빨아도 괜찮아요.”

이번에도 엄마 말을 폴짝 건너뛰었습니다

엄마는 말도 참 안 듣는다하면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결국 세탁기를 멈춰 세웠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대엿새 전에 퇴근하면서 사 온 방울토마토를 맛보고서 엄마는 이렇게 단 토마토는 처음이라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상에도 그 방울토마토가 올라온 것입니다.

제가 사 온 토마토는 혼자서도 이삼일 드시면 알맞은 분량이고, 매일 오시는 동네 친구분들 앞에 한 번 내놓으면 없어질 분량입니다.

자식 주려고 아끼고 아낀 게 분명합니다.

엄마 마음을 짐작하고서도 벌컥 올라오는 화를 참지 않았습니다.

엄마아~. 엄마가 맛있게 먹는 게 자식의 기쁨인데 고작 이걸 아껴? 먹으려고 돈 버는 거잖아.”

아뿔싸, 저는 기어이 모진 말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엄마가 안 먹고서 올려놓으면 다 큰 자식이 좋아할 것 같아요? 애라면 몰라서 좋아하겠지만.”

계면쩍어하는 엄마의 옆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말없이 먹지 않아도 엄마가 아실텐데, 오늘도 괜한 짓을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사실적으로 말해도 엄마는 바꾸지 않을 것을 압니다.

엄마를 만들어 온 회색의 시간, 엄마가 겪은 무거운 기억, 엄마 몸이 기억하는 자식의 체온은 삶의 영역일 테니까요.

머리로는 엄마의 시간을 존중하자고 다짐하는데도 매번 부딪칩니다.

저도 조만간 자식이 이해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엄마의 시간에 닿을 처지인데도 아직 남의 일처럼 건성입니다.

부모님과 사는 것은 작은 불편을 인내할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자식을 품는 것은 당신들의 삶 그 자체입니다.

누군가의 삶을 평가하는 일은 무용합니다.

부모님의 삶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등산길에 만난 바위를 지나치듯 그냥 돌아서 가면 어떨까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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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종 칼럼니스트 기자 yc1401@naver.com
작성 2026.03.15 19:30 수정 2026.03.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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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