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서양 상복은 왜 검은색일까?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남겨진 이들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문화권마다 장례의 방식은 다르지만, 서양에서 장례식에 참석할 때 검은색 옷을 입는 전통은 매우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왜 상복의 색으로 검은색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검은색이 상복의 색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는 ‘빛의 부재’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흡수하고 빛을 반사하지 않는 색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검은색을 어둠과 죽음, 슬픔을 상징하는 색으로 받아들였다. 밝은 색이 생명과 희망을 의미한다면, 검은색은 상실과 침묵, 애도를 표현하는 색이 된 것이다.

[사진: 서양의 장례식 모습, gemini 생성]

이러한 문화적 의미는 중세 유럽에서 점차 확립되었다. 특히 귀족과 왕실에서 장례 의식을 치를 때 검은 옷을 입는 관습이 퍼지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검은색은 당시 값비싼 염료와 정교한 직물 가공이 필요했기 때문에 권위와 품위를 나타내는 색이기도 했다. 왕실과 귀족들이 장례식에서 검은색을 입는 모습은 애도와 동시에 품위를 지키는 상징적 행동으로 여겨졌다.

 

이 전통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결정적인 계기는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였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인 앨버트 공이 세상을 떠난 뒤 평생 검은 옷을 입으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왕실의 이러한 행동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후 서양 사회에서는 장례식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 일반적인 예절로 굳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검은색이 감정을 절제하고 엄숙함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색이라는 점이다. 장례식은 슬픔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고인을 존중하며 차분하게 애도하는 자리다. 화려한 색보다는 단정하고 조용한 느낌의 검은색이 이러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고 여겨졌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권에 따라 상복의 색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검은색이 애도의 색이지만,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흰색이 상복의 색이었다. 이는 흰색이 순수와 정결을 상징하며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

 

결국 서양에서 검은색 상복이 자리 잡은 이유는 단순한 색의 선택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문화적 인식과 역사적 전통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서양 장례식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이유는 슬픔과 존중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한 오랜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작성 2026.03.17 00:14 수정 2026.03.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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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