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세사기 대응 정책의 무게 중심을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한다. 임차인이 계약 전 위험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 피해 발생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전세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전세계약 전 위험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지금까지 예비 임차인은 등기부등본, 확정일자, 전입세대 정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방문해야 했고, 확보한 정보 역시 권리관계 분석이 쉽지 않았다.
정부는 법원·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국세청·한국신용정보원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연계해 선순위 권리관계를 자동 분석하고 위험도를 진단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임차인은 계약 전 모바일 기반으로 주요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 중인 ‘안심전세 앱’도 대폭 고도화된다. 정부는 법적 근거 마련 이전이라도 오는 9월부터 임대인 동의를 전제로 한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등기정보를 제외한 확정일자, 전입세대, 세금 체납, 신용정보 등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돼 온 대항력 발생 시점도 개선된다. 현행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발생하는 반면, 근저당권은 접수 즉시 효력이 발생해 ‘하루 시차’를 악용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처리 시점’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권과 협력해 임차인의 선순위 보증금을 즉시 확인하고, 임대인의 중복 담보대출을 방지하는 시스템 연계도 추진한다.
공인중개사의 책임도 한층 강화된다. 앞으로는 중개사가 통합정보 시스템을 통해 선순위 보증금 등 권리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상향과 함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이 시장 전반의 거래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청년·사회초년생 등 정보 취약 계층의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층의 삶의 기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누구나 안심하고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보 통합과 제도 개선이 병행될 경우 전세시장 신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의 정보 정확성과 금융권 협조가 정책 성과를 좌우할 변수”라고 평가했다.
이주미 기자 H.P.010-9501-1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