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기획 시리즈 1편] 중장년은 ‘짐’이 아니다…재미와 설렘으로 다시 여는 인생 2막

100세 시대, 신중년을 위한 새로운 일과 삶의 해법

대기업을 떠난 48세의 선택…김만희가 찾은 앙코르 커리어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5060이 다시 쓰는 사회적 가치

 

김만희 패스파인더 대표가 지역 현장에서 신중년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인생 2막을 ‘재미와 설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공=패스파인더)



100세 시대는 이제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은퇴를 앞두거나 마친 5060세대에게 인생 후반부는 더 이상 정리와 퇴장의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사회와 다시 연결되며 자신만의 의미를 새로 세워야 하는 시기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신중년을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이런 시선에 대해 소셜벤처 패스파인더의 김만희 대표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신중년은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아니라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인적 자원이라는 주장이다.

 

 

 

김 대표의 문제의식은 자신의 삶에서 출발했다. 그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 뒤 SK텔레콤에서 25년간 IT 분야 전문가로 일해 온 인물이다. 안정적인 경력 위에서 오랜 시간 커리어를 쌓았지만 40대 후반에 이르러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조직 안에서의 시간이 언제까지 의미를 가질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오래 버티는 것이 목표였던 직장인의 삶에서 왜 일하는가를 다시 묻는 사람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가 주목한 지점은 단순한 생계형 일자리와 달랐다. 개인의 성취를 회복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앙코르 커리어 그리고 중장년의 사회참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확신 끝에 그는 2014년 48세의 나이로 사직서를 냈다. 이후 KAIST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다졌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신중년의 노동과 사회활동을 현장에서 깊이 들여다봤다. 이런 경험은 결국 패스파인더 설립으로 이어졌고 신중년의 가능성을 실질적인 사회 모델로 연결하는 밑바탕이 됐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인생 2막의 출발선은 돈이나 직함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기준은 재미와 설렘이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관심사와 열정을 다시 꺼내고 취미에 머무르던 몰입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해 확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래 지속되는 후반기 삶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덕업일치는 생계를 위한 타협이 아니라 자신답게 사회와 이어지는 방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좋아하는 일을 중심에 둘 때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동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앙코르 브라보노 협동조합 창립총회에 참석한 신중년 구성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인생 2막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협력 기반의 활동을 시작했다.(제공=패스파인더)

 

 

그는 나이 듦에 대한 해석 또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쇠퇴와 축소의 언어가 아니라 변화와 확장의 언어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늘 해보고 싶었지만 미뤄왔던 일을 시작하고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던 모습으로 자신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에이징이라는 설명은 신중년 담론에 중요한 전환점을 던진다. 

 

나이를 먹는 일은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간이며 그렇게 본다면 5060의 시기는 오히려 가장 밀도 높은 황금기가 될 수 있다.

 

 

 

패스파인더가 이 가능성의 무대로 선택한 곳은 대도시가 아닌 지역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를 감당하고 바꿔갈 사람이 부족하다. 반대로 도시에는 은퇴 뒤 역할을 찾지 못한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김 대표는 바로 이 불균형에서 해법을 찾았다. 지역에서는 5060이 단지 중장년이 아니라 충분히 활력 있는 주체가 될 수 있고 도시에 축적된 경험과 역량은 지역에서 훨씬 절실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 관점은 귀농이나 귀촌을 무겁게 강요하던 기존 접근과도 결이 다르다. 삶의 터전을 통째로 옮기는 부담을 앞세우기보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역할과 도시 신중년의 역량을 현실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에 가깝다. 

 

패스파인더는 바로 그 접점을 설계하며 도시에서 남는 인력으로 취급되던 5060세대가 지역의 빈자리를 채우는 실질적 대안이 되도록 돕고 있다. 복지의 언어로 설명되던 세대가 지역 활성화의 언어로 다시 호명되는 순간이다.

 

 

 

결국 김만희 대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중장년 일자리론이 아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사회가 축적된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5060세대를 부담으로 보는 사회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지만 이들을 자원과 동력으로 해석하는 사회는 새로운 활로를 얻게 된다. 신중년의 인생 2막은 개인의 도전인 동시에 지역과 사회를 다시 살리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신중년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익숙한 시선을 넘어 5060세대를 지역과 사회를 움직일 실천적 자원으로 재해석했다. 김만희 대표의 경력 전환과 패스파인더의 방향성을 통해 앙코르 커리어, 로컬 연계,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세 축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독자에게는 은퇴 이후 삶을 소극적 생존이 아니라 능동적 재설계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신중년은 더 이상 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는 세대가 아니다. 경험과 전문성, 삶의 밀도를 갖춘 5060은 지역 소멸과 인력 공백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인생 후반은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 문장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가치로 써 내려갈 것인지가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작성 2026.03.17 21:06 수정 2026.03.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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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