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다이렉트뉴스=국제부] 미군이 이란 전역에서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가며 중동의 지도를 재편하고 있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또 다른 전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바로 미국의 남쪽 앞마당, 쿠바다.
현지 시간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을 향해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선언했다. 그는 쿠바를 "실패한 국가"로 명명하며, "어떤 형태로든 쿠바를 접수(Taking)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방시키든 차지하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60년 넘게 유지되어 온 미·쿠바 관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 전략적 질식: 총칼 없는 '가성비 전쟁'
비판론자들은 이란 전쟁에 전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쿠바를 자극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백악관의 계산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지상군 투입 대신 ‘경제적 고사’라는 효율적인 무기를 선택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붕괴 이후, 쿠바의 생명줄이었던 석유 공급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18일 현재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 전역은 30시간 가까이 지속된 블랙아웃에서 간신히 벗어났으나, 전력망은 언제든 다시 붕괴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행기 기름조차 없어 활주로가 마비된 나라"를 상대로 군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경제적 질식만으로도 정권의 백기 투항을 받아낼 수 있다는 '비즈니스맨적 자신감'이다.
■ 안보적 필연성: 중·러의 '가시'를 뽑다
트럼프가 쿠바를 조준하는 진짜 명분은 안보다. 냉전 이후 쿠바는 줄곧 러시아와 중국의 첩보 전초기지로 활용되어 왔다. 이란과의 전쟁이 격화될수록 배후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설명이다.
루비오 장관은 "중·러의 도청 시설이 박힌 쿠바를 방치하는 것은 적들에게 미국의 안방을 내주는 것과 같다"며, 이번 기회에 쿠바 내 적대 세력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뉴 먼로주의'의 완성을 촉구하고 있다.
■ 역사적 변곡점: 케네디의 유산과 트럼프의 '딜'
1962년, 존 F. 케네디는 핵전쟁의 파국을 막기 위해 '쿠바 불침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2026년의 트럼프는 그 약속이 유효기간을 다했다고 믿는 듯하다. 그가 언급한 '친선적 인수(Friendly Takeover)'는 쿠바가 중·러와의 관계를 끊고 미국의 경제권으로 편입될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이제 쿠바의 디아스카넬 정권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중국의 쌀 몇 만 톤에 의지하며 고사할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의 냉혹한 '딜'을 받아들여 포스트 공산주의의 실험장이 될 것인가.
역사의 물줄기는 다시 130년 전 스페인을 몰아냈던 카리브해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의 이 거대한 지정학적 도박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우리 생애 가장 큰 지도의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