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가졌을 뿐인데... 보유세 여파에 '흑자 도산' 위기 내몰린 은퇴자들

"자고 나면 수천만 원 껑충"… 강남·송파 은퇴자들 '세금 공포' 현실로

공시가 25% 급등의 역설, 자산은 늘었는데 지갑은 텅 빈 '페이퍼 리치'

징벌적 과세인가 공정 과세인가, 1주택 실거주자 보호망 시급

 

평생 일궈온 안식처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은퇴 생활자 김 모 씨(72)는 최근 발표된 공시가격안을 확인하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15년 전 은퇴 후 연금과 약간의 예금 이자로 생활해온 그에게 날아들 올해 보유세 추정치는 약 86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300만 원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김 씨는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부자 취급을 받지만, 실제 수중에 있는 돈은 한 달 생활비도 빠듯하다"며 "나라에서 집을 담보로 세금을 뜯어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의 여파로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은퇴 가구들이 유동성 위기, 즉 '흑자 도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류카츠저널] 2026년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은 18.67%를 기록 사진=ai생성이미지

 

 강남·송파 '세금 쇼크' 현장, 공시가 25% 급등의 직격탄


2026년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은 18.67%를 기록했으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평균 24.7%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특히 송파구는 25.49%, 강남구는 26.05% 급등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실제 단지별 시뮬레이션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경우 보유세가 지난해 1,829만 원에서 올해 2,855만 원으로 56.1% 폭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송파구의 대표 단지인 '잠실엘스' 역시 작년 582만 원이던 세금이 859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정부는 현실화율을 69%로 동결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하지만, 지난해 급등한 시세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강남권 거주자들은 '착시 없는 증세'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류카츠저널] 수천만원의 보유세 퇴로 없는 은퇴자들의 고민 사진=ai생성이미지

 

'흑자 도산'의 늪, 퇴로 없는 은퇴자들의 딜레마


문제는 자산 가치 상승이 실제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이 끊긴 고령 은퇴자들에게 수천만 원의 보유세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이익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실거주 1주택자에게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가혹한 징벌로 다가온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인해 거래 절벽 상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려고 해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선뜻 처분하기도 어렵다. 결국 '주거 쇠창살'에 갇힌 격이다. 은퇴자들은 생활비를 줄여 세금을 내거나, 자녀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자산은 수십억 원대인데 정작 수중에 현금이 없어 파산 위기를 겪는 '페이퍼 리치(Paper Rich)'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책적 보완책의 실효성 논란과 현장의 목소리


정부는 고령자 및 장기 보유자를 위한 납부 유예 제도와 세액 공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납부 유예는 당장의 부담을 늦출 뿐, 추후 주택 처분 시 이자까지 포함해 갚아야 하는 '세금 빚'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주택이 급증하면서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1주택 실거주자에게까지 다주택자와 유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징벌적 과세 중심의 현행 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물가 상승률과 소득 수준을 고려한 세부담 상한선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세제, 징벌에서 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공공 서비스를 위한 비용 분담이라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보유세는 자산 가치 상승분을 국가가 환수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며 마련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보내려는 은퇴자들에게 과도한 세금은 노후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안정적인 노후 보장은 국가의 책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실거주 1주택자의 생존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향후 세제 개편 논의에서는 1주택 고령층에 대한 과감한 세액 공제 확대와 더불어, 자산 가치만이 아닌 실제 담세 능력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부동산 세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작성 2026.03.19 08:43 수정 2026.03.19 08:44

RSS피드 기사제공처 : 류카츠저널 / 등록기자: 이용수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