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화과 이야기 3 - 정진채 지음
기아지옥의 가마솥 안으로 옥황상제의 복숭아를 던져, 불쌍한 중생을 구하려는 무화선녀의 마음을 옥황상제님은 몰라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무화선녀가 바구니에서 쏟아놓은 복숭아들이 막 가마솥 안 사람들의 손에 닿기 전이었습니다.
“고얀지고! 무화는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네가 좋아하는 꽃 을 다시는 만질 수 없는 한 그루 나무가 될 것이니라.”
옥황상제님의 무서운 호령이 무화선녀의 귀를 때렸습니다.
그 사이, 복숭아들은 내려가던 속도보다 더 빨리 되돌아 올라서 어느새 옥황상제의 복숭아나무에 다시 매달려 버렸습니다.
그날부터 무화선녀는 인간세상의 어느 산기슭에 내려와 한그루 나무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 산기슭에는 눈 먼 할아버지와 어린 손주가 살고 있는 작은 초가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무화선녀는 이 초가집의 뜰 가에서 나무로 굳어져 갔습니다.
서산머리에 노을이 곱게 걸린 어느 황혼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무화선녀의 아름답던 몸매는 딱딱한 껍질에 쌓인 볼 품 없는 나무둥치가 되었습니다.
고운 손은 다섯 손가락의 형체만 있는 초록빛 거친 이파리로 변했습니다.
초갑집의 노인이 손주와 함께 뜨락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얘야 아직도 안 보이느냐?”
노인이 약간 성급하게 소년에게로 다가섭니다. 지팡이가 따따닥 땅바닥을 두드립니다.
“할아버지, 안 보여요. 매화나무, 진달래나무, 살구나무들이 꽃을 한창 피우고 있고, 또 져가고 있어요.”
“이놈아, 꽃나무를 찾으라는 게 아니잖아.”
노인은 짜증까지 냅니다.
“그밖에 싸리나무 돌감나무, 돌배나무……, 그런 걸요.”
“……?”
“참 이상한 꿈이었어. 분명히 하늘나라의 선녀가 우리 뜨락으로 내려섰거든, 그리곤 나무가 되었지. 아마 하나님이 우리 불쌍한 두 식구를 위하여 내려주시는 선물이 분명한데…….”
노인은 맘속으로 생각을 펼칩니다.
감겨진 눈이 안타깝습니다.
노을이 지자 밤하늘이 수를 놓기 시작하였습니다.
“할아버지, 별이 나왔어요.”
소년이 반갑게 소리쳤습니다.
“쯔쯔쯔, 별이 아니라 나무를 찾아보라고 하지 않더냐. 녀석도 참.”
짜증을 내면서도 노인은 얼굴을 들어 하늘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모아 비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홍수가 나서 잃어버린 아내와, 몹쓸 병으로 잃어버린 아들과, 가뭄으로 허기져 죽어간 며느리의 넋들을 보살펴 주시 고…… 이 늙은 것 이 저 착한 놈 손주 녀석을 믿고 사오니 복을 내려주시고…….”
소년도 노인 옆에서 두 손을 모웁니다.
“하나님, 할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올해는 좀 더 많은 열매들을 거두게 하여 주십시오.”
이른 봄날의 저녁 날씨는 아직도 쌀쌀하였습니다.
무화선녀 나무는 처음부터 노인과 소년을 지켜보다가 그들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쌀쌀한 저녁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무화선녀 나무는 문득 하늘을 우러러보았습니다.
인간세상에서 보는 밤하늘의 영롱한 별빛은 무화선녀 나무의 가슴 속에 처음으로 슬픈 기억이 되어 반짝이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