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19일째, 중동은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026년 3월, 세계는 팬데믹의 흉터를 봉합하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러나 중동은 달랐다. 어느 봄날 이른 아침, 아살루예의 하늘이 불기둥으로 물들면서 그 조심스러운 희망은 연기 속에 사라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이 이란의 심장을 겨누고,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주거 지역을 강타하는 지금, 이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의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개전 19일째,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 앞에 서 있다.
지도부의 붕괴, 그리고 반지 하나가 남긴 공포
이란 권력 핵심부가 흔들리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와 정보부 장관 이스마일 하팁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 두 인물의 사망이 확인된 방식은 단순한 군사 성과를 넘어선 심리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라리자니의 신원은 그의 손가락 반지를 통해 식별됐다.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이란 지도부에게 다시 한번 깊은 트라우마를 새긴 것이다.
한편,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되는 뮤즈테바 하메네이가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다는 설이 확산됐다. 이란 정부는 즉각 "경미한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며 완전히 건강하다"라고 발표했다. 그 발 빠른 해명 속에서 오히려 내부 동요의 깊이를 읽을 수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에락치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단순한 휴전은 없다. 이란의 모든 손실을 보전하는 완전한 종전 제안이라면 검토할 용의가 있다"라는 그의 발언은, 협상을 열어놓는 척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는 외교적 수사로 읽힌다.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포성, 전 세계가 떨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전술적 변화는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직접 타격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최대 가스 처리 시설인 아살루예를 공격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종전까지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자산을 직접 타격했다고 시인한 적은 없었다. 이 선언 하나가 전쟁의 문법을 바꿨다.
불길은 중립국을 가리지 않았다. 카타르의 핵심 산업 지구 라스라판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라스라판은 카타르 국부의 원천이자 전 세계 LNG 공급망의 핵심 허브다. 그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순간, 지구 반대편 도쿄와 베를린과 서울의 에너지 선물 시장이 일제히 요동쳤다.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를 두고 "통제 불가능한 전 세계적 경제 재앙의 서막"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현실이 된다면,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20% 이상이 차단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것은 산유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처럼 에너지의 절대 다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들에는 난방비와 물가 충격이 직격탄으로 날아오는 시나리오다.
적이 만들어낸 역설적 동맹
이란의 미사일은 이스라엘만 겨냥하지 않았다. 리야드 외곽 주거 지역에도 미사일 파편이 쏟아졌고, 현장에 있던 외국인 여럿이 부상을 입었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란의 이 무차별적 공격이 걸프 아랍 국가들을 이스라엘 쪽으로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UAE의 전략 전문가 안와르 가르가쉬는 이란의 도발이 역설적으로 이스라엘의 지역 내 안보 역할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동의 위협 앞에서 아브라함 협정의 정신이 새로운 실체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아랍 세계를 분열시키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랍-이스라엘 연대의 접착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분노, "바보들아"
미국 내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는 유럽 NATO 국가들이 군사적 기여에는 소극적이라며 이례적으로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이 모든 바보들아, 이란은 전 세계가 공인하는 테러 제1국가 후원자다. 해협이 막히면 가장 먼저 비명 지를 나라들이 지금 뒷짐만 지고 있다." 이 발언은 NATO 동맹 전체를 향한 고성이었다. 외교적 언어의 관행이 무너지는 순간, 동맹의 균열은 더욱 또렷해진다.
팔레스타인을 죽인 '해방의 미사일'
전쟁의 가장 잔혹한 모순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이트 아바 마을에서 터져 나왔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쏜 미사일의 파편이 마을 미용실을 덮쳤다. 그 안에 있던 여성 네 명이 즉사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명분으로 쏘아 올린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이 비극에는 구조적 결함이 겹쳐 있다. 이스라엘 거주 지역에는 아이언 돔이 있고 견고한 대피 시설이 있다. 팔레스타인 마을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란의 정치적 수사 속에서 가장 먼저, 가장 무참히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그들이 '대변하겠다'라고 외쳐온 바로 그 사람들이다.
멈추지 않는 시계 앞에서
19일간의 전쟁은 이미 지역 분쟁의 경계를 넘었다. 지도부 공백, 에너지 공급망 충격, 동맹 구도의 재편, 그리고 민간인의 무방비 죽음.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호르무즈가 닫히는 순간, 이 전쟁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지금, 이 포성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