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그림 한 폭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그림 한 폭

 

 

꽃은 피었는데 알림은 오지 않는다.

진동 없는 휴대전화처럼 환한 화면 속에서
나는 혼자 향기를 흘린다.

 

댓글 없는 게시물처럼 눈익은 가능성은
자꾸만 이해를 요청한다.

 

이미 식어버린 약속을 휴지통에 밀어 넣고
맨몸으로 다음 계절을 연다.

 

대문 앞에는 봄이 먼저 도착해 있다.

가벼운 짚풀 같은 우리,
엮이면 끊어지지 않는 사이.

 

그래도 아직 꽃은 피었는데
새는 오지 않았다.

 

 

<해설>

원작의 상징을 현대적 일상 이미지로 치환해 고독과 관계의 부재를 드러낸다. ‘은 존재와 가능성, ‘는 응답과 교감을 뜻한다. 알림 없는 휴대전화, 댓글 없는 게시물은 연결된 시대 속 단절을 상징한다. 향기를 흘리지만 반응이 없는 상태는 인정받지 못한 잠재력의 외로움이다. 이미 식어버린 약속을 버리는 행위는 과거와의 결별이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결단을 의미한다. 마지막의 엮이면 끊어지지 않는 사이는 약하지만 연대 가능한 희망을 남긴다. 결국 이 시는 응답 없는 세계 속에서도 다시 관계를 기다리는 존재의 자세를 그린다.

 

<감상>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응답 없는 존재의 쓸쓸함이다. 꽃은 피었지만 새가 울지 않는 풍경은 노력과 가능성이 있어도 그것을 받아 줄 대상이 부재한 상태를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향이 없다.”는 구절은 관계와 공감이 사라진 자리에서 삶의 의미 또한 옅어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시는 완전히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입춘과 짚풀 같은 동맹의 이미지는 약하지만 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결국 이 작품은 고독 속에서도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는 조용한 희망을 느끼게 한다.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시집 한 줄기 바람(1988)29, 한정찬시전집 2, 한정찬시선집 1, 소방안전칼럼집 1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6.03.19 11:32 수정 2026.03.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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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