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충남 당진시는 예로부터 ‘황토 고구마’의 본고장으로 불렸다.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질 토양과 서해안의 해풍, 그리고 충분한 일조량은 고구마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농촌의 고령화와 기후 변화, 그리고 외래 품종 의존도 심화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고구마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와 손잡고 고구마 산업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는 인물이 있다. 당진시 고구마 시범농가를 운영 중인 장용희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 영농과 국산 품종 보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당진 농업의 미래를 일구고 있다.
장용희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종자 주권'의 회복이다. 그동안 국내 고구마 시장은 일본산 품종인 '베니하루카'나 '안노이모' 등이 주를 이루어 왔다. 외래 품종은 맛은 좋지만 병해충에 취약하고 종자 로열티 문제 등 농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많았다. 장 대표는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하여 국산 신품종인 ‘호풍미’와 ‘소담미’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처음에는 농가들이 익숙한 품종을 바꾸는 데 주저함이 많았다. 하지만 제가 직접 시범농가에서 키워보니 호풍미는 수확량이 많고 병해충에 강하며, 소담미는 저장성이 뛰어나고 당도가 월등했다"
그의 밭에서 수확된 국산 고구마는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외래종보다 우수한 품질을 증명해 보이자, 주변 농가들도 장 대표를 찾아와 재배 노하우를 묻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이를 통해 당진 고구마의 품종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용희 대표가 생산하는 고구마가 시장에서 유독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비결은 수확 후 공정에 있다. 그는 수확 직후 고구마를 바로 출하하지 않고, 자체 설계한 저장고에서 엄격한 ‘큐어링(아물이) 처리’를 거친다. 큐어링이란 고구마의 상처 난 부위에 코르크층을 형성시켜 병균 침입을 막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과정이다. 장 대표는 온도 30~33°C, 습도 90~95%라는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며 고구마의 자가 치유를 돕는다. 장 대표는 “큐어링을 거친 고구마는 저장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는 호화 과정이 촉진되어 최고의 단맛을 낸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학적 숙성 과정을 통해 장 대표의 고구마는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갓 수확한 듯한 신선함과 깊은 풍미를 유지하게 된다.
장용희 대표의 이러한 혁신은 당진시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인 ‘해나루’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통과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해나루’ 인증은 소비자들에게 ‘믿고 먹는 당진 고구마’라는 신뢰의 상징이다. 장 대표는 국산 신품종인 호풍미와 소담미를 해나루 브랜드의 주력 상품으로 육성하며, 서해안 해풍과 황토가 빚어낸 천혜의 환경에 과학적 숙성 기술을 더해 ‘해나루 고구마’가 전국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농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에 대해서도 장용희 대표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고구마 농사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스마트 영농 모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과거 고구마 농사는 정식(모종 심기)부터 수확까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시범농가를 통해 고구마 전용 정식기, 멀칭 기계, 그리고 대포장 수확 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장 대표는 “사람 열 명 몫을 기계 한 대가 해낸다. 노동 강도는 낮아지고 생산성은 높아지니 젊은 농업인들도 고구마 농사에 도전해 볼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농장은 이제 당진 지역 농업인들에게 ‘현장 학습장’이 되었다. 기계화 도입을 고민하는 농민들에게 자신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가감 없이 공유하며 지역 전체의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단순한 기계 도입을 넘어, 당진의 지형과 토질에 최적화된 ‘당진형 기계화 매뉴얼’을 정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기계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고구마의 표피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행 속도와 굴취 각도를 수없이 조정하며 얻어낸 값진 데이터들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인근 농가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그는 “기계화는 단순히 몸이 편해지는 것을 넘어, 규격화된 고품질 고구마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나 혼자 잘 사는 농군이 아니라, 우리 지역 농가 전체가 상향 평준화된 기술력을 갖춰 ‘당진 고구마’라는 브랜드의 신뢰도를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 시범농가 경영주로서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장용희 대표의 시범농가는 단지 작물을 재배하는 공간만이 아닌 당진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와 같다. 품종의 국산화, 공정의 기계화, 그리고 브랜드의 고급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그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장용희 대표의 땀방울이 스민 고구마 한 알 한 알에는 당진 농업의 자부심과 미래가 담겨 있다. 그의 끊임없는 도전이 당진을 넘어 대한민국 고구마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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