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명장’ 정윤호 대표, 0.1mm의 고집으로 ‘K-에르메스’ 호미가를 빚다

-‘호미가’ 명장 정윤호 대표가 말하는 ‘장인정신의 본질과 기술 전수의 사명’

▲(주)휘권양행 / 호미가 정윤호 대표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시대의 걸작 

 [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대한민국 패션의 중심지, 혹은 화려한 런웨이 뒤편에는 묵묵히 가죽의 결을 읽고 바늘땀 하나에 혼을 담는 이들이 있다. 그 정점에는 호미가 대표 정윤호 명장이 서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특수 피혁 핸드백 외길을 걸어온 그는, 최근 서울특별시가 선정한 ‘서울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명장이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러 사회적 귀감이 되고, 그 기술을 후대에 전수할 책임감을 가진 이에게 허락되는 숭고한 칭호다. 정윤호 대표를 만나 그가 고집해온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그가 꿈꾸는 한국 패션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타협하지 않는 품질, ‘호미가’의 심장이 되다

정윤호 대표의 집무실 한편에는 수십 년 된 도구들과 세계 각국에서 공수해 온 최상급 악어가죽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호미가(HORMIGA)라는 브랜드가 국내외 상류층과 셀러브리티들에게 ‘한국의 에르메스’라 불리며 사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정 대표가 세운 ‘품질과의 불합의’ 원칙 때문이다.


“가죽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같은 악어가죽이라도 개체마다 무늬와 두께, 질감이 모두 다르다. 그 가죽이 가진 최상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장인의 감각이다”


정 대표는 에르메스 등 글로벌 초럭셔리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프랑스 HCP사의 최상급 악어가죽만을 고집한다. 원자재 가격이 상상을 초월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재가 나쁘면 장인의 기술은 빛을 발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작업 방식은 철저히 아날로그적이다. 대량 생산을 하면 수익은 늘겠지만, 제품 하나하나에 고유한 번호를 매기고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1인 전담 제작 시스템’을 고수한다. 가죽의 패턴을 맞추는 재단 공정에서 0.1mm만 어긋나도 가차 없이 가죽을 폐기한다. 이러한 고집이 오늘날 호미가를 단순한 가방이 아닌,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유산(Heritage)으로 만들었다.


‘서울명장’ 선정, 기술의 깊이를 인정받다

서울특별시가 선정한 ‘서울명장’은 숙련기술자 중에서도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자리다. 정윤호 대표의 명장 선정은 핸드백 제조 분야에서 한국적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번 명장 선정을 개인의 영광보다 업계의 경사로 돌리고 싶다”면서 “그동안 특수 가죽 가공 기술은 도제식으로 비밀스럽게 이어져 왔다. 내가 명장으로 선정된 것은 이 기술이 대한민국이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임을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미가 명장 정윤호 대표는 단순히 가방을 잘 만드는 기술자를 넘어, 악어가죽 특유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색감을 뽑아내는 독자적인 염색 기법과 특수 가공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습도와 온도에 민감한 특수 피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천 번의 실험을 거듭하며 완성한 호미가만의 공정은 이제 국가적 자산이 되었다.


기술 전수와 후배 양성, 다음 세대를 위한 징검다리

정윤호 대표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숙련된 장인들이 고령화되고 청년들이 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기술의 단절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기술의 ‘독점’보다 ‘전수’를 택했다. 그는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것은 명장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며,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호미가의 장인정신이 한국 패션의 유산으로 남아, 우리 제조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원히 ‘넘버원’으로 회자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내에 별도의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젊은 인재들을 선발하여 직접 기술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후배들에게 기술뿐만 아니라 ‘장인의 자세’를 가르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때 진정한 명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또한, 관련 학과 학생들과 청년 창업가들에게 정기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한국형 럭셔리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는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호미가가 쓰는 K-럭셔리의 역사

호미가 명장 정윤호 대표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는 좌우명이자 경영 철학의 본질이며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한 ‘호미가(HORMIGA)’. 스페인어로 ‘일개미’를 뜻하는 이 이름처럼, 그는 지난 30년간 개미처럼 성실하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개미는 작고 눈에 띄지 않지만, 자기 몸무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짐을 지고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며, “지난 30년간 화려한 홍보나 요행을 바라기보다, 개미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품질이라는 외길만을 걸어온 것이 지금의 호미가를 만든 원동력이다”


정윤호 대표의 목표는 호미가를 100년, 200년 가는 장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은 이미 호미가의 가죽 속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서울명장 정윤호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핸드백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패션의 자존심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찬란한 기술적 유산이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콘텐츠와 문화에 열광하는 지금, 정윤호 대표와 호미가는 ‘K-럭셔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정점에서 한국적 미학의 힘을 세계에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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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3.19 17:49 수정 2026.03.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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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