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의 심장이 멈춘 날, 사막에 부는 차가운 바람
세상의 모든 시계가 멈춘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은 이란의 심장부를 관통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수십 년간 이란을 지탱해 온 군사와 민간의 지휘 체계는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군사력이 '궤멸'되었으며, 그들의 지도층은 전 계층에 걸쳐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더 이상 이란이 미국이나 중동 동맹국, 혹은 세계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 호언장담이 채 가시기도 전인 몇 시간 뒤, 하늘은 다시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으로 가득 찼다. 61번째 공습이었다. 지도부가 사라지고 기반 시설이 초토화된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조직적인 저항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단순히 '전쟁'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 체제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처절하고도 치밀한 '비대칭적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된다.
무너진 지휘부, 그러나 멈추지 않는 유령의 군대
이란의 저항은 결코 우발적인 광기가 아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머리가 잘린 상황'을 가정한 비상 계획을 준비해 왔다. 이른바 분권화된 독립 부대 운영이다. 중앙의 명령이 끊겨도 각 지역의 유닛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공격을 지속하는 체제다.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를 두고 "우리는 공격받을 것을 알고 긴 전쟁을 준비했다"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과거의 전쟁 경험을 통해 적이 어떻게 자신들의 작전 능력을 무력화하려 할지 이미 학습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인적 구성의 변화다.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으로 구세대 지휘관들이 사라진 자리에, 훨씬 더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신세대 IRGC 지휘관'들이 들어앉았다.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실제적인 지역 패권을 행사하는 이란의 힘을 목격하며 성장한 세대다. 이들에게 후퇴란 없다. 그들은 패배를 인정하기보다, 전쟁의 판 자체를 뒤흔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질서를 강요하려 든다.
호르무즈의 쇠사슬: 식탁과 유조선을 인질로 잡다
이란이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길목'이다. 전 세계 에너지와 물류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전쟁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프로토콜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란의 이익이 반영된 특정 조건에서만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제 수역인 이곳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통행료를 징수하거나 동결된 자산의 해제를 압박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기름값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살펴본 비료 공급망의 위기와 맞물려, 이란은 자신들이 불안정해지면 전 세계의 식탁과 경제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것임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나를 죽이려거든, 너희의 번영도 포기하라"라는 실존적 협박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나르게스 바졸리 교수는 이를 정확히 짚어낸다. "이란은 재래식 군사력으로 이길 필요가 없다. 그저 전쟁을 지속하는 비용을 상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이기만 하면 된다."
사막의 동맹들: 흔들리는 질서와 굳건한 결의
이란의 전방위적인 공격은 주변 아랍 국가들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오만, 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과 에너지 시설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란의 목표는 명확하다. 미국과의 오랜 동맹을 끊어내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역 균형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란의 아미르 아크라미니아 대변인은 "미국 주도의 중동 질서는 무너졌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랍인들의 반응은 이란의 계산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UAE의 안와르 가르가시 보좌관은 이란을 향해 '주요 위협'이라 낙인찍으며, 오히려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림 알 하시미 장관 역시 "우리는 괴롭힘에 굴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이란의 '불리(Bully)' 전략에 맞섰다. 이란의 고립은 깊어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고립이 이란을 더욱 위험한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잿더미 위에서 부르는 슬픈 노래
밤하늘을 가르는 미사일의 궤적을 보며 나는 이란의 평범한 시민들을 생각한다. 수년간의 경제 제재와 실정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에게, 전쟁의 포화는 생존의 무게를 더할 뿐이다. 지도자들은 '인내'와 '승리'를 외치지만, 시장 바닥의 빵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조차 마음 편히 마실 수 없는 현실이 그들을 짓누른다.
이란의 생존 전략은 고도로 계산된 비대칭 전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체제의 처절한 몸부림과 수많은 무고한 생명의 눈물이 배어 있다. 그들은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쟁이 멈추는 순간,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패배의 청구서'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를 끌어안고 불덩어리 속으로 뛰어드는 길을 택했다.
이것은 단순히 중동의 로컬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세계 경제의 안정, 식탁 위의 평화,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거대한 권력 게임의 소모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드라마다. 우리는 지금 그 드라마의 가장 어두운 장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