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는 정말 수학을 싫어하는 걸까?

실패의 누적이 만든 착시 : 아이는 수학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좌절 속에서 마음을 닫은 것일 수 있다.

수학은 연결의 과목이다 : 공식을 외우는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어디서부터 막혔을까?” 아이를 살리는 질문은 정답보다 먼저 연결이 끊긴 지점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저는 수학 머리가 없어요.”

 

15년 동안 수학을 가르치며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실제로 아이들을 오래 만나보면, 처음부터 수학을 싫어했던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아이들은 문제를 맞히는 걸 좋아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면 스스로 뿌듯해 했고, 시험지를 들고 와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문제집을 펴기 전부터 한숨을 쉰다. 문제를 읽기도 전에 “못 풀 것 같다”고 말한다. 설명을 들을 때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혼자 문제를 풀게 하면 손이 멈춘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기 시작한다.

 

“저는 원래 수학이 안 맞는 사람 같아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

수포자는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라, 실패 경험이 너무 오래 누적된 아이일 수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한 명은 함수 문제만 나오면 연필을 내려놓곤 했다. 처음에는 함수 단원이 약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와 오래 이야기해보니 문제는 고등학교가 아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배운 일차함수부터 이미 연결이 끊어져 있었다. 그래프와 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은 계속됐고, 학원 진도는 멈추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한 개념 위에 새로운 개념이 계속 쌓였다. 결국 아이는 수학을 “생각하는 과목”이 아니라 “틀리는 과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수학은 원래 연결의 과목이다.

근과 계수의 관계, 방정식과 함수의 관계, 그래프와 식의 관계, 극한과 미분의 관계까지. 하나의 개념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은 끊어진 점들을 이어가며 구조를 이해하는 학문에 가깝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수학을 연결이 아니라 암기로 배운다.

 

공식은 외운다.
유형은 반복한다.
문제집에는 형광펜 표시가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왜 이렇게 되는지”는 흐릿하다.

그러다 문제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아이들은 멈춘다. 공식을 몰라서가 아니다. 어떤 개념을 꺼내 연결해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을 외운 아이는 문제를 풀 수 있다. 하지만 연결을 이해한 아이는 수학을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문제를 틀릴 때 정답부터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먼저 묻는다.

 

“어디서부터 막혔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몰라요.”
“그냥 안 돼요.”
“수학 싫어요.”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감정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틀릴까 봐 무서운 마음.
계속 실망시키고 있다는 죄책감.
어디서부터 모르는지조차 모르겠다는 막막함.

 

그래서 때로는 문제를 가르치는 일보다 아이의 상태를 먼저 읽어주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오늘 몇 문제 풀었니?”
“왜 또 틀렸어?”
“학원에서는 뭐 했어?”

 

걱정되니까 묻게 된다. 잘되길 바라니까 조급해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질문 속에서 자꾸만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 보다”라는 감각을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질문이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 이해됐어?”
“어디에서 생각이 끊긴 것 같아?”
“다시 같이 연결해볼까?”

 

수학은 정답을 빨리 찾는 공부가 아니라, 멈춘 생각을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믿고 있다.

아이들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자기 자신을 다시 믿기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수학 때문에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성 2026.05.19 17:41 수정 2026.05.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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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