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수령 시기 위반, 분양계약 해제의 근거가 된다 — 건축물분양법 제8조와 약정해제권의 실전 적용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들어가며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분양 시장이 침체된 이후, 수분양자들의 계약 해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은 입주 지연이나 시세 하락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원하지만, 단순한 시세 하락이나 투자 실망만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법적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약 해제의 근거를 '입주 지연'이 아닌 분양사업자의 법령 위반에서 찾는 접근이 최근 법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건축물분양법 제8조 위반과 이에 연동된 분양계약 내 약정해제조항입니다.

사진: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1. 건축물분양법 제8조의 구조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 제8조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 제2호는 분양사업자가 수분양자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할 수 있는 시기를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첫째, 중도금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소 1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수령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도금은 공사감리자의 공정확인서에 의한 건축공사비의 50% 이상 투입이 확인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각 2회 이상으로 구분하여 받아야 합니다.
이 규정은 수분양자가 계약 직후 충분한 검토 기간을 갖도록 보장하고, 공사 진행과 연동하여 분양대금이 무분별하게 선수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이를 위반한 분양사업자에게는 건축물분양법 제12조에 따라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2. 약정해제조항과의 연결 — 과태료 부과가 해제권을 발생시킨다
많은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분양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양사업자가 분양 대상 건축물을 분양함에 있어 건축물분양법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 수분양자는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단순한 손해배상 청구 근거가 아닙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2022나15869, 2024. 6. 14. 선고)은 이 조항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이 조항은 분양사업자가 해당 호실에 관하여 건축물분양법상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서,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조항으로 보아야 한다."

이 판단에 따르면,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제8조를 위반하여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수분양자는 별도의 귀책사유 입증이나 최고(催告) 절차 없이 곧바로 계약 해제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기납부한 분양대금 전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실전에서 다투어지는 쟁점들
법원의 이 판단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송에서 분양사업자 측은 두 가지 논점에서 강하게 다툽니다.
첫 번째 쟁점 — "과태료 처분이 수분양자 본인의 호실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이 논점은 법원이 인정한 쟁점이기도 합니다. 해당 판결은, 과태료 부과의 원인이 된 법령 위반이 수분양자가 계약한 바로 그 호실에 관한 것이어야 해제권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동일 건물 내 다른 호실에 관한 위반만으로는 자신의 계약 해제권이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분양자로서는 자신이 계약한 호실에 대한 중도금이 계약 후 1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수령되었는지를 납부 영수증, 계좌 이체 내역, 분양계약서상 납부 스케줄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선결 과제입니다.
두 번째 쟁점 — "중도금 대출 이자를 분양사업자가 대납했으므로, 계약 해제 시 그 상당액을 원상회복에서 공제해야 한다."
분양사업자 측은, 수분양자를 위해 중도금 이자를 대신 납부해 왔으므로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그 금액만큼 반환의무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중도금 무이자 조건은 분양사업자가 수분양자를 유인하기 위해 계약에 포함시킨 조건이고, 분양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이상 중도금 이자 대납액을 공제하는 것은 오히려 수분양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관리형 토지신탁 구조에서의 추가 검토 — 신탁사 책임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분양 사업의 상당수는 관리형 토지신탁 구조를 통해 진행됩니다. 이 구조에서 시행사(위탁자)가 분양계약의 당사자이지만, 분양대금은 신탁계좌를 통해 신탁사가 관리합니다.
시행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경우,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시행사만을 피고로 한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집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신탁사(수탁자)를 공동피고로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실무적 쟁점이 됩니다.
최근 대법원 2023다280945(2026. 2. 26. 선고) 판결은 신탁사의 책임한정특약의 효력을 일정한 요건 하에서 제한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신탁계약서 및 분양계약서의 구체적인 문언과 구조에 따라 신탁사의 고유재산에 대한 집행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신탁계약서, 분양계약서, 대출약정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개별적 판단의 영역으로, 반드시 해당 구조에 대한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5. 실무적 시사점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수분양자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 해제를 검토하는 시점에 단순히 입주 지연 기간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당시부터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을 준수했는지를 역추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도금 납부 영수증과 계약서상 납부 스케줄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위반 여부의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분양사업자 측면에서 이 판결은, 중도금 수령 시기 위반이라는 형식적 법령 위반이 수분양자에게 약정해제권이라는 강력한 권리를 부여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특히 분양계약서 내 약정해제조항의 문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분쟁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법률 실무 측면에서 이 사건에서 원고(수분양자) 측이 승소한 핵심은, 과태료 부과라는 행정처분 사실을 소송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해당 호실과의 연결 고리를 입증한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한 지자체 사실조회 신청, 분양 납부 내역 확보 등의 증거 수집 전략이 소송 초기 단계부터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마치며
분양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분양자들의 법적 구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계약 해제 시도가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양사업자의 법령 위반을 정확히 특정하고, 그것이 분양계약 내 약정해제조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 — 이것이 이 분야 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작성 2026.05.20 16:41 수정 2026.05.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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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