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분양계약 해제,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제를 검토할 때 흔히 기대는 근거가 있습니다. 분양계약서에 삽입된 약정해제 조항, 즉 "분양사업자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문구입니다.
실제로 일부 시행사는 분양대금 수령 시기와 한도를 규정한 건축물분양법 제8조를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이 경우 수분양자들은 "드디어 해제 사유가 생겼다"며 소송에 나섭니다. 그런데 올해 초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2025나209275, 2026. 2. 11.)은 이 기대가 얼마나 위태로운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이의신청 하나로 뒤집힌 1심 승소
이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수분양자인 원고는 시행사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2,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약정해제 조항에 기해 계약 해제를 통보한 뒤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핵심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의 구조에 있었습니다. 이 법 제20조 제1항은 과태료 부과통지를 받은 당사자가 6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제2항은 이의제기가 있으면 과태료 부과처분의 효력이 즉시 정지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시행사는 과태료 통지를 받자마자 이의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접수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약정해제 조항이 규정한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는 그 처분이 확정적으로 효력을 발생한 상태, 즉 이의신청 없이 처분이 확정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이상 약정해제 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원고의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약정해제 조항이 가진 구조적 한계
이 판결이 드러낸 문제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착오가 아닙니다. 건축물분양법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해야 합니다.
건축물분양법은 수분양자에게 계약 해제권을 직접 부여하는 조문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 법은 제8조(분양대금 납입 요건), 제9조(시정명령), 제10조(벌칙), 제12조(과태료)로 구성되며, 위반에 대한 제재는 행정적·형사적 수단에 그칩니다. 건축물분양법 위반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결국 분양계약서에 삽입된 약정해제 조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 약정해제 조항마저 시행사의 이의신청 한 번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실무상 시행사들은 과태료 이의신청을 소송 방어 전략으로 적극 활용합니다. 이의신청은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처분 효력 정지라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수분양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경로
약정해제 조항의 문이 막혔다고 해서 계약 해제의 모든 경로가 닫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더 견고한 법적 근거를 복수로 구성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입니다.
첫 번째로 검토할 것은 착오 또는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입니다(민법 제109조·제110조). 생숙은 구조적으로 주거 목적 사용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현장에서 분양 당시 마치 실거주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항소심 판결 역시 해당 분양계약서가 "위탁운영사를 통해 거주가 가능하다"고 기재하면서 동시에 주택으로의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 의미를 설명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이는 착오취소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판시입니다.
두 번째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해제입니다(민법 제390조·제544조·제546조). 준공이 지연되고 있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 위기에 처한 현장이라면, 시행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라면 최고 없이도 즉시 해제가 가능합니다.
 

소송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계약 해제를 검토하는 수분양자라면 소 제기 전 반드시 다음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분양계약서상 약정해제 조항의 정확한 문언과 현재 요건 충족 여부, 시행사에 대한 과태료 처분의 현재 효력 상태(이의신청 여부 포함), 착오취소 주장을 뒷받침할 분양 광고·홍보물의 확보, 현장의 공정률과 준공 지연 현황, 그리고 관리형 토지신탁 구조 여부에 따른 신탁사 책임 가능성입니다. 착오·사기 취소권의 소멸시효(민법 제146조: 안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일로부터 10년)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단일 법적 근거만을 믿고 소를 제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계약 해제의 경로를 복수로 구성하고, 각 요건의 충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이번 판결이 수분양자들에게 던지는 실무적 교훈입니다.


박휘영 변호사는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로,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 해지·분양대금반환 소송을 100건 이상 수행했습니다. 

작성 2026.05.20 16:49 수정 2026.05.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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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