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눈을 뜨니 장마처럼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곧 그치겠지 싶었는데 비는 하루 종일 같은 속도로 쏟아졌다.
창밖은 계속 흐렸고, 공기는 축축했고,
집 안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다행이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비가 온다는 핑계로 책을 읽다가 누워 있고,
잠깐 글을 쓰다가, 또 멍하게 창밖의 비를 바라보다 보니
하루가 천천히 지나갔다.
아들이 수박이 먹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비 오는 날 수박은 안 달 것 같아.”
라는 핑계를 만들었다.
사실, 그 비를 뚫고 나가기가 조금 귀찮았다.
비 오는 날은 사람을 조금 솔직하게 만든다.
해야 할 일도 조금 미뤄두고 싶고,
몸도 마음도 가만히 있고 싶어진다.
비가 오니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몸도 함께 차분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조용히 쉬어간 하루였다.
장대비가 선물한 쉼표 하나, 게으름마저 다정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