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지난 5월 29일부터 상설전시관 전주와 조선왕실실 내 조성된 왕실기록문화유산 공간의 두 번째 테마전시 “기록의 보고寶庫”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박물관은 전주와 조선왕실실에 외규장각 의궤 및 전주사고의 실록을 조명하는 특별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첫 번째 테마전시, “기록의 보고寶庫를 열다”가 주요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왕실의 기록문화를 전시하였다면, 두 번째 전시는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기록과 기억의 관계를 다루었다.
3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조선왕실의 본향인 전주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한편, 조선 건국과 관련된 개국공신녹권과 책, 시공간을 기록한 지도, 누군가를 기억하는 고사인물화, 초상화 등 20여 점의 전시품을 통해 기록문화의 다양한 층위를 살펴보고자 했다.
외규장각 의궤 새롭게 만나기
전주와 조선왕실실 내 기록문화유산 공간에서는 90일마다 새로운 외규장각 의궤를 선보인다. 2011년 프랑스에서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기탁된 외규장각 의궤가 특별전 외에 소속박물관에서 상설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조영정모사도감의궤』는 1735년(영조 11) 영희전永禧殿 제2실에 있던 세조世祖의 어진御眞을 새로 옮겨 그리고 봉안하는 전 과정을 담은 의궤이다. 영희전의 옛 명칭은 남별전南別殿으로, 1688년 경기전의 태조어진 이모본을 봉안한 후, 도성 안 왕실의 어진 보관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영조대 화원畫員들이 어진을 제작하는 과정과 그들의 이름이 기록된 의궤 옆에는 『기해기사계첩』(1719)에 수록된 기로신耆老臣 이유李濡(1645-1721)와 김창집金昌集(1648-1722)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기록과 초상을 나란히 보면, 왕과 관료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화원들의 실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로신들의 초상을 그린 화원 장득만張得萬 등은 16년 후에 세조영정모사도감에도 참여했다. 카메라가 없던 시절, 화원들이 왕과 고위관료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인물의 외형 뿐만 아니라 성품 및 업적을 기억하고자 했던 사실적인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
도해圖解를 통한 기억의 확산
3부‘하늘과 땅, 삶을 그리다’에서는 문자가 아닌, 그림과 도형으로 시공간을 기록한 지도 및 회화를 선보인다. 먼저 <북방경역도>는 18세기 신경준申景濬(1712-1782)이 제작한 지도로, 고령신씨 귀래정공파 문중이 박물관에 기탁했다. 대동강 하구와 함경도 안변 이북인 평안도, 함경도 전역을 묘사한 이 지도는 천지를 에워싼 백두산 열여섯 봉우리의 웅장한 모습과 함께, 백두산 왼쪽에 백두산정계비명을 적음으로써 백두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한편,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鄭夢周(1338-1392)와 관련된 두 작품은 역사 속 인물을 기억하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정몽주순절도>에서 화가 채용신이 선죽교에서 피를 흘리며 생을 마감한 정몽주의 극적인 순간을 그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면, <오성육군자도>는 공자로부터 시작되는 유학자 계통도에 정몽주 초상을 붙임으로써, 유학자로서 정몽주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시켰다. 또 전시 마지막에 펼쳐진 <승금정시회화첩>은 1846년 전주 덕진연못에서 있었던 시모임을 묘사한 두루마리 그림으로, 관람객들은 180년 전 전라관찰사 이시재와 당대의 시인 가객들과 함께 연꽃과 풍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록문화유산에 새롭게 응답하기
국립전주박물관은 우리 지역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박물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시 환경 개선 및 상설전시실 콘텐츠 보완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전주와 조선왕실실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록문화유산 테마전시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사진이나 동영상, SNS, 칼럼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응답하고 있다. 무언가를 자신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이번 테마전시를 통해 조선의 기록문화유산에 응답한 다양한 기록들이 더욱 풍성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