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상의 덫… 도파민 중독이 집중력을 무너뜨린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뇌, 깊이 있는 사고를 잃어간다

전문가들 “자극에 길들여질수록 집중력과 인내심은 약해질 수 있어”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시간 식당에서, 잠들기 직전 침대 위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스마트폰 화면을 향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쓸어 올리면 30초 안팎의 짧은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잠깐의 휴식을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새 수십 분이 지나 있는 경험은 이제 많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일상이 됐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자극과 재미를 제공한다. 영상 하나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콘텐츠가 자동으로 재생되면서 사용자는 계속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은 뇌의 보상체계를 활성화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고, 더 많은 자극을 찾도록 만드는 특성이 있다.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목표를 향한 동기와 보상에 대한 기대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적절한 도파민 분비는 학습과 성취를 돕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가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직장인 박모 씨(44)는 퇴근 후 잠깐 쉬기 위해 숏폼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가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분명히 10분만 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밤 12시가 넘어 있다" "다음 날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생 이모 군(18)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공부를 시작하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을 확인하게 되고, 짧은 영상을 몇 개만 보겠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숏폼 영상을 보는 것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담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긴 글을 읽기 어려워졌다는 호소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짧은 영상에 몰입한 직장인의 모습 속에 도파민 자극으로 집중력이 저하되는 현대인의 디지털 일상을 담은 이미지. 챗gpt 생성]

최수안 박사(상담심리)는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반복적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어 뇌가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다""이러한 습관이 지속되면 독서나 학습처럼 일정 시간 집중이 필요한 활동을 지루하게 느끼고 쉽게 포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도파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자극적인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생활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음 날 집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뇌는 피로가 누적되고 업무나 학습 능률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채미화 센터장은 "스마트폰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알림을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디지털 휴식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어 "산책이나 운동, 독서, 가족과의 대화처럼 자극은 적지만 만족감이 오래 지속되는 활동을 생활 속에서 늘려야 뇌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숏폼 콘텐츠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익한 정보와 교육 콘텐츠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 시간이 아니라 사용 목적과 습관이라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계속 화면을 넘기고 있다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지금 이 영상을 왜 보고 있는가"를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을 놓고 경쟁하는 시대도 열었다. 짧은 자극이 일상이 된 지금, 깊이 생각하고 오래 집중하는 능력은 스스로 지켜야 할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작성 2026.06.28 09:40 수정 2026.06.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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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