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들아
저물어가는 문턱에서
조부모와 우리 내외는 너희들 덕분에
무탈하게 잘 있단다.
내 소중한 육 남매,
나에게 세상은 옥계 앞 바다였구나.
지난 세상이 우리 내외에게 어떠했는지 너희도 알 것이다
그 어떤 슬픔도 아품도
남 모르는 그리움과 욕망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을 항상 가슴에 가지고 다녔다
전쟁을 격고 육남매를 낳아 지키기 위해 힘들 때마다
그것을 만지며 치열하게 전투하듯이 살았다.
알았느냐,
엄마 아버지가 이제는 멀리 가 있지만
늘 너희들 걱정이구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우리 다시 만나자.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희들 만나 참 행복했구나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생각해보거라.
머리는 차갑고 마음은 뜨거운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소중한 내 자식들,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하늘에 있을 우리 내외를 위해
잠시라도 남 몰래 흐느껴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세상에 하나 뿐인 너희들,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육 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