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호주의 최악의 산불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방당국 관계자는 5일 산불과 폭염이 겹쳤던 지난 24시간이 "사상 최악의 날"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팜불라 지역에서는 붉게 타오르는 듯한 하늘과 연기가 자욱한 거리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3일(호주 현지 시간)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글레디스 베레지쿨리안(Gladys Berejiklian)주지사는 1주일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화재 발생 지역은 이미 한국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4만9000여 km가 불탔으며, 소방관 10여 명을 포함한 사망자도 24명에 달한다.
호주의 상징인 코알라·캥거루 등 야생 동물의 피해도 막대하다. 시드니 대학교의 생물다양성 전문가 크리스 딕먼 교수는 포유류·조류 등 4억8000만 마리가 화재로 죽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일 치솟는 '화염 토네이도(Firenado·불꽃 폭풍)'는 한번 발생할 때마다 수천 마리의 목숨을 앗아간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화재 원인은 '기후 변화(Climate Change)'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 인구 거주 지역 중 가장 건조한 곳으로, 남동부 지역은 12월부터 3월까지 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지난해는 온도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호주의 기온이 높고 건조했던 해 중 하나로, 산불이 걷잡을 수 없게 번진 데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가 온화해진 탓이 크다는 것이다.
기후 연구 기관인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기후 과학자 제크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박사는 BBC 보도를 통해 "건조하고 따뜻해진 기후 변화를 고려할 때 산불이 극단적으로 치달은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화재의 주요발생지인 호주 남부는1950년보다 기온이 섭씨 1.5도나 올랐다"고 지적했다.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향한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호주 국민은 산불을 촉발한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신년사에서 "이전부터 비슷한 재해를 겪어왔다"며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