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우리는 2세대 아이돌의 대표주자 두명을 잃었다. 한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에는 당연히 수만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많은 그 둘에게는 공통되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지가 그들을 파괴했다.
2세대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과는 분명히 다른 환경에 놓여있었다. 2000년대 이후로 이미지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졌다. 대중매체는 일상을 지배하고, 현실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환경 속에서 2세대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과는 확실히 다른 강도로 이미지화되었고 상품화되었으며 그렇게 소비되었다. 우리는 이미지와 본질의 구분조차 모호한, '가상과 진리, 가상과 본질 사이의 경계가 무의미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늘 존재하던 본질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귀중한 것으로 보여지고자 하는 욕망은 매체의 변화와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커졌으며, 손쉽게 실현되기 시작했다.
장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이 시대는 시뮬라크르의 세계의 마지막 단계 쯤 될 것이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를 모방/복사한 복제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존재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설리와 구하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우리가 보는 것은 주로 그들의 사진이나 영상 즉 시뮬라크르이다. 실제의 설리와 구하라가 무엇이든 우리는 사실 상관하지 않는다. 설리의 인스타그램 속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다. 네모칸 속 이미지는 우리에게 곧 설리의 본질이었다.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그들은 우리의 요구에 응해 계속하여 이미지화되었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 세계의 마지막 단계를 걱정했다. 이미지는 실재와의 갈등 속에서 너무도 쉽게 우위를 선점하고, 이때 실재는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의 설리와, 실제의 구하라와 대응하지 않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실제의 그들을 손쉽게 이겨버렸다. 그들을 서서히 파괴하고 소멸시켜버렸다.
이는 비단 연예인에게만 우려되는 현상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현상이다. 20대의 경우 인스타그램 없이는 원활한 인간관계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인스타그램은 우리 삶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인스타 아이디는 또 하나의 이름이고, 인스타 피드는 또 하나의 사회이며, 인스타그램은 또하나의 자아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이미지화된다. 사진에 달리는 댓글과 좋아요는 자아를 숫자로 평가한다. 인스타그램 속 우리의 모습은 꾸며진 것일수도, 조작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질을 이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쩌면 우리 역시 이미지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채 파괴되어가는 중일지 모른다. 2세대 아이돌, 그들이 겪은 극한의 이미지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하나의 영혼은 파괴될 수 있다. 2020년을 사는 우리는 지금, 이미지의 파괴력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