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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을 즐기는 동시
조계향 시인이 첫 번째 동시집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시를 써 온지 꽤 오래 되었는데 이제야 시집을 낸다니 늦은 감이 크다.
그동안 가족의 고통을 대신하여 삶에 대한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느라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첫 번째 동시집 『볼 시린 무』를 낸다는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뻐서 궁금해지고 많이 기다려졌다.
조계향 시인의 시의 특징은 첫째, 시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렁이 색시」나 「불국사 금 돼지」 같은 작품이다. 시인은 ‘할아버지 넓은 논에’ 자라는 벼와 우렁이들을 바라보며 독에서 몰래 나와 총각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주었다는 ‘우렁이 색시’이야기를 떠올린다. 상상력이 놀랍다. 또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가운데 ‘먹을 걸 좋아하는 저팔계’가 ‘복주는 금 돼지’가 되었다는 「불국사 금 돼지」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둘째, 생명 존중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떠돌이 개」와 「위험한 외출」에서 시인의 이런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떠돌이 개」는 동네 뒷산에 버려진 털이 지저분한 ‘떠돌이 개’와 맞닥뜨린 기억을 아프게 드러낸다. 요즈음 사회문제가 된 유기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다. 또한 시인은 「위험한 외출」에서 ‘시멘트로 뒤덮인/ 공기가 통하지 않는 땅 속’이 답답해서 나온 지렁이의 아픔과 시멘트 바닥에 넘어져 무릎이 까여 쓰린 시인의 아픔을 대비시켜 지렁이의 생명의 위험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셋째,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다. 「서로 다른 고양이」에서 어미 고양이 ‘츄츄가 낳은/ 새끼 네 마리’를 남들은 다 비슷하다 하지만 시인은 다 다르게 구별해 낸다. ‘온 몸 까만 털은 똑 같지만’ 조금씩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 「기획 전시회」에서는 ‘여름방학이면 감상할 수 있는/시골 외할아버지 동네 풍경’을 한 장의 풍경화로 그려낸다. ‘별빛 조금 달빛 살짝 넣어’ ‘뜨개질한 거미들의 작품’도 있고 ‘모델처럼 폼을 재’는 나무들도 있다. 시집 곳곳에 시인의 눈길이 사로잡은 사물들이 있다.
넷째, 자연의 현상을 재발견하는 마음의 눈이 밝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볼 때 시인의 마음속 거울에 무엇인가 새롭게 비쳐 드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시인은 ‘마당에 뿌려놓은/열무 씨앗’에서 채소가 키우는 꿈을 본다. ‘김치로만/ 먹는 줄 알았’던 열무 씨앗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는 신비를 체험한다. 또한 시인은 ‘화분에 옮겨 심은 .코스모스 모종’이 잘 자라지 못하는 까닭이 잠이 부족해서 잘 자라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해석한다. 마치 요즘 어린이들이 학원에 다니느라 그런 것처럼 풀이한다. 꿈 풀이가 새롭다.
이밖에도 조계향 시인의 시에는 사물의 모양과 소리를 흉내 내는 시들이 많다. 이것은 조계향 시인이 그만큼 사물의 특징을 잘 잡아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행과 연을 사물의 모양에 가깝도록 그림처럼 그려낸 작품들도 눈에 띈다. 시인이 시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조계향 시인의 시에는 생기가 있다. 시든 채소 같지 않아 그냥 날 것으로 먹어도 좋을 만큼 신선하다. 알쏭달쏭한 쾌감이 있고 마음속에 은근히 번지는 웃음의 물결이 있다. 그 속에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꿈이 있다. 그 꿈들은 모험을 좋아한다.
이창건 (아동문학가 ·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차례
1부 소곤소곤 재잘재잘 말을 걸어오는
여름계곡 웅덩이/ 소나기 /할미꽃Ⅰ /할미꽃Ⅱ /무궁화 꽃 /뱀딸기
더덕꽃Ⅰ /더덕꽃Ⅱ/ 귀 기울여봐 /버릇없다고 할까봐 /번개 /보름달
실망스런 첫 눈/ 잘 자라는 법 /채소가 키우는 꿈 /볼 시린 무 /봄은 기적이다
2부 입장 바꿔 생각해봐
떠돌이 개 /밥 좀 남겨줘요 / 땅밀림 / 위험한 외출
3부 꿈은 모험을 좋아해
겁 없는 거미/ 고양이 교육 /기획전시회 /나무 위 전쟁 / 벌벌 /서로 다른 고양이
똑같은 비둘기인데 / 애벌레 특공대 /풀벌레 마을 /애벌레의 꿈 /진돌이
4부 가끔 알쏭하기도 하고 달쏭하기도 한
난 따라쟁이/ 다람쥐똥 커피 /단호박 형제 /사탕수수 주스 /할머니네 냉장고
알쏭달쏭 /할머니와 똬리 /요술렌즈 /이유는 제각각 /지붕이 아니어도 /배고픈 우체통
5부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야기 씨앗
월정사 잣나무 /산정호수Ⅰ/ 산정호수Ⅱ/ 우렁이 색시 /새 꽃을 피우라고
울돌목에서 /슈퍼맨 홍의대장군 /불국사 금돼지
- 작가의 말 중에서-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도현이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평상시와 달리 도현이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죠. 무슨 일 있냐며 입을 가린 손을 조심스레 뗐더니 이번엔 입을 꽉 오므리는 거예요. 방금 오는 중에 앞니가 빠졌다는데 좀 부끄러웠나 봅니다.
까치가 헌 이 가져가면 금방 새 이가 돋아날 거라고 했더니 주머니에 넣어 둔 빠진 이를 꺼내더니 마당으로 얼른 같이 나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층집 지붕은 도현이도 나에게도 너무 높기만 합니다.
“여기 라일락 나무에 까치가 자주 와 앉았다 가거든. 여기다 놓아두면 금방 가져 갈 걸.” 내 말에 도현이는 안심하면서 제 키가 닿는 라일락 굽은 가지에 이를 올려두었습니다.
여섯 살 때부터 독서학교에 온 도현이이와 있었던 이런 일이 <지붕이 아니어도>라는 동시가 나오게 된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동시 하나하나가 이렇게 직접 겪고 느끼고 경험한 일상들을 통해 나온 것들이랍니다. 그동안 주변의 사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들과 자연이 말을 많이 걸어왔는데요.
내게 다가온 것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써둔 것을 너무 오랫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기만 했습니다. 좀 늦었지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쿨쿨 잠자고 있던 이야기들을 깨워 동시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작가소개
지은이- 조계향
몇 년 전부터 동네 구석구석 이야기를 모으며 마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어요.
마당에 오는 길고양이들 밥을 주며 함께 얘기 나누는 것도 좋아해요. 새들이 와서 냥이들 밥을 콕콕 다 집어 먹어도 너그럽게 봐줍니다.
모으기만 했지 바빠다는 핑계로 잘 가꾸지 못해 시들어가는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어 요즘은 열심히 물주며 잘 가꾸려고 한답니다.
제11회 동서문학상과 제2회 무궁화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 강원도 상동지역을 스토리텔링한 동화책 <크라크라산의 비밀>을 출간했어요. sbs 방영 ‘꼬잉꼬잉 이솝극장’주제곡 작사(2007년)와 ‘달똥달똥 달똥빵’ 에니메이션 작업(2012년)등을 비롯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현재는 EBN은평방송에서 주민라디오 ‘조계향의 독서명상’을 진행하고, 계간 [동시YO]의 ‘꼬까신 하나’코너의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린이- 박효신
제일 힘들 때 함께 했던 고양이 친구 츄츄와 달이, 보리, 별이, 앵두를 지금도 자주 생각해요.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과 사물을 색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또 꼼지락 꼼지락 뭔가를 만드는 것을 재밌어 한답니다.
현재는 독일 Offenbach 예술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