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거울을 보고 늙는 것을 즐거워하다

백거이




거울을 보고 늙는 것을 즐거워하다

 

 

오늘 아침 잘 닦아둔 거울을 보니

머리와 살쩍이 모두 하얘졌네

올해로 예순에 네 살이나 더 먹었는데

어떻게 늙지 않고 팔팔할 수 있겠는가

식구들은 나 늙는 걸 아쉬워하며

서로들 돌아보고 한숨이나 내쉬지만

나 혼자 알 듯 말 듯 웃음 짓는걸

그런 뜻 짐작조차 하는 이 없네

웃음을 그치고 술상 내오라 한 뒤

거울을 닫아놓고 수염을 쓰다듬네

너희들 이리 와 편히 앉아서

조용히 내가 하는 말 들어보려무나

사는 게 힘들어 연연할 것 없으면

늙는 것 역시도 슬퍼할 일 없고

사는 게 힘들어도 연연할 만하다면

늙은 것은 오래오래 살았다는 것이네

늙지 않았다면 마땅히 요절한 것일 테고

요절하지 않으면 마땅히 약해지는 것이니

요절보다 살아서 늙는 게 낫다는 것은

조금도 의심할 이치 아니네

옛 사람도 그것에 대한 한 말 있는데

덧없는 인생 일흔 살 먹기 드물다 했네

내가 올해로 여섯 살이 모자라는데

채우거나 비슷하게는 살 수 있겠네

만약에 그렇게라도 될 수 있다면

아흔 넘긴 영계기 부러울게 무엇인가

기쁠 수는 있어도 탄식할 일 아니니

또 한 잔이 술잔에 가득 부어 보거라






[백거이] 당나라 시대의 시인이며 정치가, 취음선생() ·향산거사()라고 불렀으며 현존하는 작품수는 3,800여 수이다. 《비파행》 《장한가》 《유오진사시()》는 동양 최대의 불멸의 걸작이다.





이해산 기자
작성 2020.07.14 10:43 수정 2020.07.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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