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마라도에서

이봉수

사진 = 코스미안뉴스



마라도에서 /  이봉수

한낮에 사람들이 남기고 간
무수한 웃음 조각들이
저무는 억새밭에 서성일 때
타는 노을에 붙잡혀
마라도에서 밤을 새우고 말았네.

함께 밤을 새운 새벽이
우두커니 등대 곁으로 다가설 때
가장 낮은 곳에서 솟은 해가
가없는 바다에 은비늘을 세워
마라도 억새밭에 쏟아 놓더라.

개들은 주인을 닮아 착하고
키 작은 해국이 무리로 반짝이는 섬
그날 마라도에서 나는
붉은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늦가을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네.



이해산 기자
작성 2020.11.08 10:57 수정 2020.11.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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