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해산 [기자에게 문의하기] /
들꽃 엘레지
엉뚱한 생각이 들었고, 새는 울지 않고 노래한다고.
12월 365일의 막다른 길목에는 색이 다른 들꽃 같은
쬐만한 진달래, 얼굴이 짜부러진 약산의 진달래,
누군가 11월까지를 병풍처럼 가리고 12월은 거만하게
슬픈 듯 저만의 단어들을 섣불리 나열한다
하루가 지난 후 황혼이 왔다 새의 나래 짓처럼
몇 날 며칠 변함없는 색채로 숨어있는 단어들을
조립하여 양심 없는 색깔을 덧칠하네
소리가 와그르르, 무너진다
시인아, 무책임해도 좋으니 희망을 말하라
내일은 사랑이라고, 옛 동네 그들처럼 내일은
왕이여 당신의 나라가 흥왕하리라고
들꽃이 울고 들꽃들이 울고
들꽃들의 울음은 제 몸을 불사르는 불꽃
들꽃의 불이여, 사막의 물이 되거라
강물 같은 들꽃의 울음이여, 본토인이듯 노래하는
이민자들의 촛불이 되고 깃발이 되고
광장 한가운데 들풀이 되어 수풀이 되어
그러나 너는 침묵으로 말하라
어딘가에 13월이 있다
반역과 반복의 계절 너머 꿈이 익어가는
너의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이해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