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전명희 [기자에게 문의하기] /
가상의 거울
햇살에 차단된 거울 속의 내 얼굴이 깊은 호심이다
동행이 없어 손거울 하나 든 것이 실수였던가
늘 산보하던 동네길 허느적 허느적
제 속을 감추고 외면해 버렸다
역사 교과서에서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가상의 마을
흰색 바랜 중세식 집 앞 칸나는
진작 고개 들고 아직 그대로인데
이름 모르는 삽살개 한 마리 쳐다보며 꼬리를 흔드는데
물젖은 개의 눈에서 아침 신문에서 본
멕시코 국경에서 아빠 찾아온 소년의 물방울 같은 눈망울
아무래도 내가 보는 세상은 추상이다
캄캄한 추상엔 꿈이 있는 별 몇 개 있어
거울 속에 지워진 내 얼굴
내가 없다 내 손이 없다
결핍이 부시게 떠오른 거리
거울 속에서 클로즈업 된 내 눈에는
아르메니아 시인이 울고 있다
시인의 눈은 너의 꿈속에 살아 있어
행복의 반대는 슬픔이 아니야 두려움이야
인간의 모든 전쟁은 거짓으로 포장되어 있어
시인의 충혈된 붉은 눈동자가 나비가 되려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