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희의 치유의 문학] 가상의 거울

곽상희


가상의 거울

 

 

햇살에 차단된 거울 속의 내 얼굴이 깊은 호심이다

동행이 없어 손거울 하나 든 것이 실수였던가

늘 산보하던 동네길 허느적 허느적

제 속을 감추고 외면해 버렸다

역사 교과서에서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가상의 마을

흰색 바랜 중세식 집 앞 칸나는

진작 고개 들고 아직 그대로인데

이름 모르는 삽살개 한 마리 쳐다보며 꼬리를 흔드는데

 

물젖은 개의 눈에서 아침 신문에서 본

멕시코 국경에서 아빠 찾아온 소년의 물방울 같은 눈망울

 

아무래도 내가 보는 세상은 추상이다

캄캄한 추상엔 꿈이 있는 별 몇 개 있어

거울 속에 지워진 내 얼굴

내가 없다 내 손이 없다

결핍이 부시게 떠오른 거리

 

거울 속에서 클로즈업 된 내 눈에는

아르메니아 시인이 울고 있다

시인의 눈은 너의 꿈속에 살아 있어

행복의 반대는 슬픔이 아니야 두려움이야

인간의 모든 전쟁은 거짓으로 포장되어 있어

 

시인의 충혈된 붉은 눈동자가 나비가 되려 꿈틀거린다

 

[곽상희 시인]

치유의 문학 강연자

올림포에트리 시인

영국국제인명사전 등재

UPLI 계관시인으로 선정

창작클리닉문화센터 경영

곽상희 kwaksanghee9@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4.06 12:46 수정 2021.04.0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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