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 3

김관식


시인의 의자·3

-버려진 의자

  

 

시인의 의자는 너무 낡았습니다.

너덜너덜 여기저기 할퀸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돌렸습니다.

고물상주인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참 시시한 의자가 되었습니다.

그 의자는 온통 시뿐이었습니다.

시시하고

시건방지고

시답잖고

시끄럽고

시라소니,시정잡배 같은

시민의 골칫거리였다.

시인의 의자는 시끄러운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쓰레기장 한 모퉁이 무당집

담장 밑에 처박혀 비가 내리면

시나위가락을 연주하곤 했습니다.

정말 시인의 의자에는

으스스 시시콜콜 이야기들만 남아서

날마다 쑥떡쑥떡 희희덕희희덕

시청 폐기물 청소차도

노란 딱지가 붙어있지 않는

시인의 의자를 수거해 가지 않았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버려지는 슬픈 시를 낭송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시인의 의자에 앉아 칼을 쥔 채 죽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무당에게 칼 맞아 죽었다, 자살했다 억측이 분분했습니다.

경찰에서 사인을 조사했습니다.

현장에는 사과 껍질과 먹다 버린 사과부스러기 그리고

칼이 있었으나 찔린 흔적이 없었습니다.

국과수에서 검안 결과, 시안나트륨이 원인이었습니다.

시안나트륨이 묻은 사과를

칼로 깎아 먹다가 죽었던 것이었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시민들이 으스스 떨게 하는

죽음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시민은 죽음의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4.19 11:08 수정 2021.04.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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