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 확장비 터무니없다

이경수

입력시간 : 2019-10-25 07:58:57 , 최종수정 : 2019-10-25 08:30:13, 편집부 기자

 


최근 대부분의 건설회사 모델하우스는 베란다를 확장형으로 만들어 놓은 채 손님을 맞고 있다. 확장하지 않는 세대가 입주하게 될 거실 창과 벽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바닥에 점선 또는 실선으로만 표시해 놓은 것이 전부다. 건설회사의 이런 속내는 일단 소비자에게 넓은 공간을 보여준 뒤 베란다 확장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꼼수에 가깝다. 요즘 고객들은 꽉 막힌 집보다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바라고 본 계약에 들어가서는 대다수가 베란다 확장을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고객이 베란다 확장을 원하지 않는 경우다. 이럴 때도 건설회사가 부담해야 할 건축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대형 창호가 들어가야 한다. 그 좌우측으로 폭이 좁은 수직 벽체가 있다. 그리고 작은 방도 넓은 벽과 창이 따로 있는데 이곳도 철근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각 베란다는 거실 바닥과 단차가 생기도록 해서 까다로운 방수작업을 하고, 물이 고이지 않게 세심한 타일 작업도 해야 한다. 또 수도와 하수 배관도 설치한다. 위 공사가 마무리되면 벽과 천정엔 몇 차례 페인트를 칠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기본 분양가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신규로 건설할 때 고객이 확장을 선택할 경우 위와 같은 작업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대신 그 비용으로 난방을 할 수 있는 배관을 베란다까지 추가하고 다른 곳은 내부 인테리어로 이어서 마감만 하면 끝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공정이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작업 공정과 능률은 크게 향상된다. 그러므로 건설회사는 고객이 베란다 확장을 선택하는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왜냐하면 확장하지 않은 세대의 기본 건축비에서 오히려 상당한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베란다를 확장한다는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많은 돈이 들어가야 가능할 거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 그렇게 된 이유는 시대적인 배경이 숨어 있다.

 

베란다 확장이 허용되지 않았을 당시에 지어졌고, 그 집이 오래되어 좁게 살았던 사람들이 경제 성장으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새 아파트를 구입할 형편은 못되었던 집주인들은 인테리어 업자에게 상당한 비용을 주고 베란다 확장을 맡겼었다. 이런 시기를 꽤 오랫동안 겪어 왔었기 때문에 아직도 다 만들어 놓은 건물을 다시 헐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철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실제 건축 과정에서는 있지도 않기 때문에 추가로 돈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회사는 왜 뻔뻔스럽게 베란다 확장비를 추가로 받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해서 눈먼 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느 언론이나 고객도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지 않은 탓도 있다. 국내에서 건설경기가 좋을 땐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년 30만에서 많게는 60만 세대까지 공급 해왔다. 대형과 중형, 소형 아파트 베란다 확장비를 평균 1,500만 원으로 잡고 년 30만 세대를 공급했다고 치면 45000억 원이나 된다. 이처럼 엄청난 금액이 그동안 눈먼 돈이 되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건설회사의 호주머니로 빠져나간 것이다. 건설회사 입장에선 베란다 확장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고, 혹시 못 받고 나중에 깎아 주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이 잘 안 될 때 건설회사는 인심을 쓰듯 베란다 확장비부터 깎아 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과도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근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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